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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욕까지 먹어"…'골목식당' 돈가스집 영업중단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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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명물이 된 돈가스집 '돈카2014'(오른쪽). 왼쪽 사진은 독자가 제공한 돈가스 사진. 편광현 기자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명물이 된 돈가스집 '돈카2014'(오른쪽). 왼쪽 사진은 독자가 제공한 돈가스 사진. 편광현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된 뒤 유명해진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한 돈가스 가게가 줄을 서 있던 손님들끼리 다툼이 일어나 하루 영업을 중단하는 일이 생겼다.

9일 기자가 이 가게인 '돈카2014' 주변에서 만난 다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소란이 일어난 건 8일 오전 7시쯤이었다. 전날 밤부터 이날(8일) 새벽까지 줄을 서 있던 손님들에게 가게 측이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 계속 오래 서 계시지 말고 아침 7시에 오시면 대기 손님으로 인정해 드릴게요"라고 배려한 게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원인이 됐다.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은 이 말을 듣고 돌아섰다. 인천에서 찾아와 이 가게 앞에 줄을 섰다는 이모(19)씨는 "잠깐 근처 PC방에 있다가 오전 6시30분쯤 돌아왔는데 이미 다른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 8일 오전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 후 유명세를 얻은 돈가스집 '돈카2014'에서 대기자간 소동이 일어 하루 영업을 중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편광현 기자

지난 8일 오전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 후 유명세를 얻은 돈가스집 '돈카2014'에서 대기자간 소동이 일어 하루 영업을 중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편광현 기자

이에 이씨를 비롯해 몇 시간 정도 자리를 비웠던 기존 대기 손님들은 새로운 손님들에게 간밤에 있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유명한 돈가스를 먹기 위해 아침부터 식당을 찾아온 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기존 대기 손님'과 '신규 대기 손님' 간 마찰이 생겼다. 이들은 모두 60명 정도였다는 게 목격자들의 설명이다.

처음엔 이 두 집단끼리 "우리가 못 먹으면 너희들도 못먹어!"와 같은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X가지 없는 X” 등의 욕설도 주고 받는 상황이 됐다. 이씨는 "세상에 돈가스 먹으러 와서 부모님 욕까지 듣게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9일 오전 11시 40분쯤 찾아간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 '돈카2014'의 모습. 낮 12시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편광현 기자

9일 오전 11시 40분쯤 찾아간 서울 홍은동 포방터시장 '돈카2014'의 모습. 낮 12시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편광현 기자

이씨와 반대로 '신규 손님' 집단에 있었던 또 다른 이모(60대)씨는 "여기 7번을 왔는데 한번도 먹어보지 못하고 돌아갔었다"며 "가게 사장도 아니고 갑자기 다른 손님들이 몰려와서 나한테 '돈가스 먹지 말라'고 하면 받아들이겠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찾아온 전종우(16) 군은 "손님들이 뭉쳐서서 좁은 가게 안으로 서로 들어가려고 밀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돈카는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파악하고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손님과 신규 손님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돈카 주인에게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였기에 영업까지 안 하셨느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포방터시장 돈가스집 '돈카2014' 인근 카페 '포방터 카페'는 소동을 겪은 손님 중 몇몇에게 돈가스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9일 제공해줬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상현(42) 사장은 "돈카2014 측에서 부탁해서 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포방터시장 돈가스집 '돈카2014' 인근 카페 '포방터 카페'는 소동을 겪은 손님 중 몇몇에게 돈가스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9일 제공해줬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상현(42) 사장은 "돈카2014 측에서 부탁해서 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돈카는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주변 상인들로부터 "너무 소란스러워진다"는 불평 접수를 받아온 곳으로도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최근 며칠간 문을 닫고 손님 대기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날 소동은 경찰에 접수되는 수준의 사건으로 커지진 않았다. 홍은파출소 관계자는 “8일 오전 시장 쪽에서 신고가 들어온 건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돈카는 나름의 대비책을 냈다. “매일 아침 9시 대기 명단을 붙이겠다. 성함과 전화번호, 인원수를 작성하면 순서대로 호명하고 식사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또 소음이 발생하면 즉각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선언도 손님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윤·편광현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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