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은 한반도의 제2점령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최근 초·중·고교생들에 대한 「의식화」학습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위는 시내 학부모들이 그동안 제보해온 교사들의 「의식화」사례를 모은 자료집을 묶어 각 학교 교장들에게 배포했다.
시교위는 이 같은 사례가 계속될 경우 일단 해당 학교 내에서 교장·교감과 주임교사가 해당교사를 지도·설득하되 그래도 효과가 없을 때엔 담임직 박탈 등 강한 조치를 교장에게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교위측 자료는 「살찐 강아지」노래 등 별 문제가 없는 내용도 「의식화」사례로 들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사례1=지난달 초 시내 J여고 영어교사는 자신의 수업시간중 『노태우를 구속하면 5공비리 등 제 비밀이 밝혀지므로 처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3월 하순 모 중학교 3학년 역사시간에 담당교사는 학생들에게 문익환 목사의 입북에 대한 찬반토론을 시킨 뒤 『어떠한 남북통일이라도 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고의 선』이라고 역설했다.
모 중학교에서는 지난 3월 사회과 시간에 교사가 낸 숙제를 검열하고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라는 대답을 「양」으로, 「민주주의 국가다」라는 대답을 「가」로 더 낮게 매기기도 했다.
◇사례2=지난 3월 하순 모 중학교 교사는 종례시간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전망과 망월동묘지 이야기」와 「TK마피아단의 이야기」등을 했다.
지난해 10월 한 학교에서는 3학년 중간고사 미술 실기시험 문제로 『미소 외세에 의한 분단 43년의 역사와 관련, 「조국통일에 대한 우리의 자세」등 세 가지 주제 중 한가지를 택해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1백자 이내로 설명하라』는 항목이 출제돼 학교측이 이를 제지, 시험을 치르지 못하기도 했다.
◇사례3=지난해 10월 시내 모 중학교에서 윤리과 교사는 교내 반공강연을 통해 『귀순용사의 말은 진실이 아니고 조작된 것이므로 내 이야기를 믿고 따르라』고 말했다.
또 모 고교에서는 영어과·국어과 강사들이 학생서클 조직을 유도하고 이들에게 『미국은 한반도의 제2의 점령군』『쿠바는 나쁜 나라가 아니다. 왜곡돼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4=지난 3월 모 학교 사회과 담당교사는 수업시간에 『운동권 대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일을 하려는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학교당국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밖에 모 중학교 도덕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모두 정부의 체제유지 차원에서 쓴 것이다. 백해무익이다』며 교과서·체제비판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