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필수가 된 AI 초반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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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3보(40~58)=요즘 프로기사의 바둑을 보면, 초반에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돌을 놓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치 초반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변화도를 외워온 것처럼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탁탁 돌을 놓는 프로기사들이 많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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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창 공부를 하는 프로기사들은 인공지능(AI)이 보여주는 초반 변화도를 미리 암기해둔다고 한다. 초반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는 변화가 한정적이라 사전에 학습이 가능하다. 예습 없이 실전을 두면 초반부터 상대에게 밀리고 제한 시간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AI 초반 연구는 어느새 프로기사들의 필수 요소가 되어버렸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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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향 때문에 요즘 프로기사들의 바둑은 초반이 모두 비슷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방이 가능한 건 초반 몇수까지다. 아무리 세상이 놀랄 천재라도 반상 위의 모든 변화도를 암기할 순 없다. 결국 초반이 지나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의 바둑이 나오게 된다.

실전은 좌하귀에서 붙은 불꽃이 중앙으로 점점 번지고 있다. 45 이후 AI '엘프고'는 백1로 좌상귀를 먼저 보강한 다음 백3으로 단수치는 진행을 최선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백1은 사람의 감각으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자리다. 실전에서 신진서는 46으로 바로 단수치고 52까지 수순으로 자세를 잡았다. 중앙과 상변을 향해 넓게 펼쳐진 백의 기세가 훌륭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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