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겁없는 김태균 겁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한화 유승안 감독은 능청스럽다. 9월 초순부터 "플레이오프 진출은 포기한 지 오래됐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딴청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승부욕 강한 유감독의 속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심정수(현대)에게 팬들과 언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고의사구를 내고, 에이스이자 선발투수인 이상목을 경기 중간 불펜에 대기시키는 유감독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간절히 플레이오프 진출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희망이 이뤄질는지도 모른다. 시즌 내내 6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1무1패를 거두면서 LG를 추월하고 5위에 오른 데 이어 24일 현재 4위 SK에 2승차로 다가섰다. 두 팀 모두 6경기가 남아 있으나 한화의 상승세가 대단한 데다 SK가 투수진이 무너지면서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한화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작지 않다.

뜨거운 한화의 9월에 유승안 감독을 사로잡은 선수는 김태균(사진)이다. 2001년 신인왕에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타율 0.255에 홈런 7개로 극심한 2년차 슬럼프에 빠졌던 김태균은 올시즌 타율 0.327, 30홈런, 93타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한화의 최근 상승세에서도 김태균이 가장 돋보였다. 10경기 동안 김태균은 타율 0.400에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24일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1-4로 뒤지던 7회 대역전극의 물꼬를 트는 타점을 올렸고, 지난 23일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상대인 SK전에서는 시즌 30호 홈런을 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고졸 3년차인 그에게서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을 확인해주는 숫자인 30홈런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30홈런은 거포의 분수령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유승안 감독님께 자신감과 타격 기술을 배우고, 특히 임팩트 때 힘을 주는 요령을 터득한 것이 타격 향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승안 감독은 "태균이는 명실상부한 팀의 4번 타자로 앞으로 40홈런 이상을 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승엽이건 심정수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이승엽이나 심정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몇 년 후 김태균의 홈런 신기록으로 야구계가 다시 들끓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이승엽이나 심정수의 프로 3년차 때에 비해 전혀 뒤질 게 없는 기록을 갖고 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