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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포기,'클래식 전용홀' 재추진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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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지휘를 맡은 수석 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가 협연을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지휘를 맡은 수석 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가 협연을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그간 서울시가 추진해온 대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건립 계획이 재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년 전 콘서트홀 건립을 둘러싸고 여러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에도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부지에 세종로공원 포함 #지난 4일 광화문 집무실 계획 사실상 무산돼 #서울시, 세종로공원 클래식 전용홀 건립 재추진 #전문가·시민단체 반대 의견도 변수

앞서 서울시는 2014년 '서울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 세종로공원(종로구 세종로 80-1외 3필지·8855㎡)에 지하 6층, 지상 5층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2000석)을 2020년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서울시의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1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맞물려 무기한 보류됐다. 청와대가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정부서울청사, 국립고궁박물관 외에 세종로공원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4일 청와대가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무산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준모 서울시 문화시설과장은 7일 "세종로공원 클래식 전용홀 건립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대통령 집무실 관계로 보류됐는데, 이제 언제든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창원 의원 역시 "집무실 문제가 일단락된만큼 클래식 전용홀 건립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후보지 중 하나였던 세종로공원에 서울시가 클래식 전용홀을 짓기 위해 계획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지도]

그간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후보지 중 하나였던 세종로공원에 서울시가 클래식 전용홀을 짓기 위해 계획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지도]

2014년 마련된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기본계획'은 2015년 10월 서울시의 투자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쳤다.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총 사업비는 1900억원이다. 서울시 안 과장은 "강남에는 예술의전당(서초구), 롯데콘서트홀(송파구) 등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두 곳 있지만 강북에는 없다"면서 "강남북 균형 개발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광화문에 클래식 전용홀이 들어서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숙원 사업이다. 그간 서울시향은 전용 콘서트홀이 없어 예술의전당·롯데콘서트홀·세종문화회관 등을 대관해 연주회를 열었다. 사무실·연습실 등 필수 시설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을 임대해 사용 중이다. 김창원 시의원은 "클래식 전용홀은 2000석 이하 규모로 지어야 최적의 음향을 전달할 수 있는데, 다목적홀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3300석이라 적합하지 않다"면서 "서울시향을 위한 전용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클래식 전용홀 건립이 본격화되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우인식 서울시 광화문재생팀장은 "광장이 활성화되려면 집객할만한 유인 시설이 다수 들어서는 게 좋다"면서 "클래식 전용홀이 건립되면 광장을 찾는 시민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 혼잡과 세종로공원 보존 등을 이유로 클래식 전용홀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광화문은 집회·시위의 구심점으로 교통 수요의 가변성이 큰 곳"이라면서 "이곳에 클래식 전용홀을 건립하면 교통난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2016년 "전용홀이 생기면 교통 체증이 생기고 경복궁 등 문화재 경관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세종로의 역사성'을 들어 반대한다. 세종로공원에는 서울시가 2011년 조선시대 사헌부와 병조 관아터 부지를 표시하고, 168㎡의 공간에 한글 글자 마당을 조성했다. 재외동포, 다문화 가정 등 1만1172명이 주춧돌 31개와 날개돌 78개에 1만1172자를 새겼다. 또 조선어학회사건 72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조선어학회 한말글 기념탑'이 들어서있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이미 서울시가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해 한글학계의 성지가 된 곳을 허물고 콘서트홀을 짓겠다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역사 보존 가치를 망각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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