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 개량하는 재즈 매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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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개량 국악기의 대표격인 25현 가야금은 창작 국악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지만 연주자들의 불만도 가장 많은 악기입니다. 명주실을 나일론 줄로 바꿨는데 음량은 오히려 작아졌어요. 악기통의 길이와 부피가 늘어나면서 연주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통 가야금과 가장 비슷한 음색으로 만들기 위해 악기통의 진동수를 측정하고 있어요."

이달 초 국립국악원 부설 악기연구소의 음향 연구원으로 부임한 조영재(42)씨.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국 사우스햄튼대 음향진동연구소에서 '흡음재(吸音材)의 반사계수를 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달 문을 연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가 음향학 전공자를 물색하던 중 특별 채용됐다.

"생황(笙簧)은 아직 국내 제작기술이 없어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에요. 떨림판을 개발해 대량 생산만 할 수 있다면 교육용 악기로도 손색이 없을텐데 말이죠. 연주 방식이 하모니카와 비슷하거든요."

조씨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국악기를 많이 개발하고 하루 빨리 국악 전용홀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용 악기의 개발을 위해 악기 음고(音高)의 표준화 작업도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이 국악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다. 유학 시절엔 국내 음악전문지에 재즈 칼럼을 기고하는 등 음악 매니어로 이름을 날렸다. 국악 외에 "재즈.클래식 등 좋은 음악이면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라고 했다. 또한 조씨는 세계골프코치연맹 영국 지부의 회원이기도 하다. 필드에 나간 첫 날 109타를 쳤고 1년3개월 만에 싱글 오버 파를 기록했다. 귀국 직전까지 핸디캡 5를 기록했다.

조씨는 틈틈이 골프 전문 사이트(golfsky.com)의 '1:1 골프 규칙 문답'에 Hogan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골프 예절에 대한 책도 집필 중이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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