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상식을 바꿔놓은 인공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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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2보(20~40)=신진서 9단이 20으로 우변을 차지하자 커제 9단은 21로 걸치며 좌하귀로 손을 돌렸다. 23부터 31까진 정석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수순 진행.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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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2는 사람의 감각이 아닌 인공지능(AI)의 감각이다. 사실 이 수는 AI가 등장하기 이전까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괴한 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AI의 수를 모방하면서 어느새 32가 인간의 바둑에서도 상식적인 수가 되어버렸다. 바둑 세상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상식이 뒤바뀌는 건 순식간인 거 같다.

33으로 밀었을 때, AI '엘프고'는 다시 한번 사람의 감각을 뛰어넘는 진행을 보여줬다. 백2를 먼저 둔 다음 백4로 막아 중앙에 넓게 날개를 펼 것을 조언한 것. 이렇게 두어질 경우 백 승률 그래프는 61%까지 올라간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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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의 감각은 이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실전 역시 신진서 9단이 34로 바로 막자 커제 9단이 35로 맞끊으며 국지전으로 바둑이 흘러가고 있다. 신진서가 36, 40으로 끊으면서 전투에 불꽃이 붙었다. 좌하귀가 이 바둑 최초의 접전이 될 전망이다.

AI 바둑을 보면 확실히 판을 넓게 보고 특히 중앙을 중히 여기는 특징이 있다. 사람과 다르게 미지의 영역인 중앙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이 쉽사리 계산되지 않는 사람은 쉽사리 AI의 선택을 따라 하기 어렵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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