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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집 값 잡기 「물량작전」|분당·일산신도시건설 배경과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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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분당과 일산에 1천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실키로 한 것은 최근 평당 6백만∼7백만원, 최고 1천만원까지 치솟고있는 서울강남의 아파트파동에 대한 「응급처방」의 성격을 띠고있다.
정부의 구상은 이들 지역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특히 서울강남의 아파트 값을 선도하고 있는 중·대형아파트를 많이 지어 전원주택을 갈구하는 서울의 중산층에게 「전원 속의 아파트」라는 이점을 주어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종전의 수도권 위성도시가 도시영세민, 또는 지방민의 서울진출을 위한 「거점도시」역할을 해왔다는 점과 다르다.
또한 2개의 신도시에 강남의 기존아파트 23만 가구의 78.3%에 해당하는 18만 가구를 건설, 물량공급으로 계속 폭등하고 있는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파트 값의 상승이 근본적으로 물량부족에 그 원인이 있고, 특히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전원 속의 신도시 건설계획은 이같은 요구에 맞추고 대대적인 물량공급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아파트 값에 분노마저 느끼던 집 없는 도시인들에게 활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아파트가격의 진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산 신도시 건설여파로 낙후된 강북지역개발에도 촉진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 건설지역은 입지조건, 특히 교통여건이 서울강남에 비해 현저히 나빠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분당·일산으로 얼마나 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도시개발은 상·하수도시설, 도로망 등이 충분히 갖춰진 뒤 주택을 짓는 것이 순서인데 아파트부터 때려짓겠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투기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아파트공급물량확대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은 평가할 만 하지만 공급확대의 전제조건인 분양가현실화의 「매듭」을 여전히 풀지 못했고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수도권정비·인구분산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설령 이 지역을 특수학군으로 만들어 강남 만한 수준으로 건설한다해도 갈곳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강남의 뭉칫돈이 몰려들어 투기장화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입주하지는 않고 자신은 생활여건·학군이 좋은 강남에 살면서 신도시아파트를 재산증식수단으로 사두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서울로의 인구집중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토개발의 불균형, 사회문제 등이다.
서울의 상주인구는 이미 1천만명을 돌파했다. GNP의 30.5%, 제조업체의 29.2%, 자동차의 39.2%, 대학생의31.5%가 서울에 몰려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전국토의 11.8% 면적에 40.2%의 인구, 47.4%의 GNP, 57.1%의 제조업체가 집중돼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64년 「대도시 인구 집중 방지책」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82년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제정하는 등 25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을 발표해 왔다.
특히 올 들어서는 국무총리실산하에 「수도권대책실무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박승 건설부장관이 연초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때도 수도권신도시건설중단방침을 밝힌바 있다.
분당·일산 신도시건설계획은 정부가 25년간 추진해온 수도권인구억제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번 신도시건설계획도 중·대형아파트를 많이 짓겠다는 것과 특수학군만 빼고는 과천·안산·성남 등 기존의 위성도시와 별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수학군은 학군제의 폐지가 검토되는 마당에 별 의미가 없으며 그나마 교육의 기회균등원칙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또 하나 신도시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문제.
정부는 분당지구의 경우 판교 인터체인지∼분당간 도로를 건설하고 잠실과 전철로 연결한다는 구상이지만 결국 강남지역을 통과해야 도심에 들어갈 수 있게 돼있다.
또한 일산지구도 구파발까지 전철을 건설하고 일산∼수색 등 간선도로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나 역시 서울 북서부지역의 기존 시가지를 통과해야 도심에 들어올 수 있다.
25∼30분만에 도심까지 올 수 있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제로는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현재 서울은 도심·변두리 구분 없이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도시의 개발이 결국은 서울과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 축만 혼잡하게 만들 우려가 큰 것이다.
두 도시는 물론, 주변지역에 대한 투기바람에도 앞으로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것 같다.
토지에 대한 투기는 8·10조치이후 비교적 잠해졌으나 잠자연녹지해제로 또다시 토지투기가 일어날수 있으며 특히 일산개발로 인해 가뜩이나 북방교류 붐을 타고 일어났던 서울북부지역에 대한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계획수립 과정에서는「물량공세로 아파트투기를 잡아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시행과정에서는 국토종합개발차원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특히 토지투기대책이 수립돼야할 것 같다.
정부의 신도시개발구상은 체제에까지 심각한 위협을 주고있는 아파트 등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인구집중이라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층을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이 계획이 과거 위성도시 개발에서 있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택지상한제·개발이익 환수제 등 토지공개념의 도입과 함께 종합토지세제 등 제도적인 투기근절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 같다.
또한 현재의 강남지역을 추가 개발하면 3만∼4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차제에 분양가를 현실화, 민간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강남의 공급물량확대를 신도시개발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길진현기자>
신도시가 건설될 경기도성남시분당지구와 고양군 일산지구는 오래 전부터 포화된 수도권주택난 해소를 위한 개발대상지로 손꼽혀온 지역이다.

<서울 최남단 연지 이미 땅값은 폭등-분당지구>
판교와 구리시를 잇는 외과순환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10분 거리인 교통의 요지.
후방으로는 용인과 광주가 연결돼 있으며 서울과도 지리적으로 가깝고 광천이 끼고 도는 등 자연적인 여건이 좋다.
74년5월4일 남단녹지로 묶이면서 그린벨트에 준하는 건축규제를 실시해 땅값이 크게 오르지 않아 임야는 평당 10만원, 주택지는 40만원 선에 거래됐다. 그러나 개발계획이 새어나가고 민정당과 정부관계자들이 현장을 드나들면서 택지는 60만원, 임야는 30만∼40만원까지 폭등했다.

<한강에 싸인 구릉 상가 4∼5백만원-일산지구>
서울중심에서 20㎞, 수색에서 15㎞떨어진 경기도 고양군 일산지구는 국토이용계획상 비도시 지역으로 관리되어 왔으나 지난 80년12월 읍으로 승격, 작년말 상주인구가 9천3백6가구 3만5천7백75명에 이르고 있다.
과거부터 쌀·보리·감자의 산출이 많고 과수·목축업이 주를 이뤄왔으나 비교적 구릉지로 형성돼있고 한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개발가능성이 큰 곳으로 점쳐져왔다.
현재 서울역에서 시내·시외버스 2개 노선이 운행 중으로 소요시간은 50분. 땅값은 읍 중심지 상가·대지가 평당4백만∼5백만원을 호가하고있으며 변두리지역의 택지는30만∼40만원선, 주변임야는 7만∼10만원. 농경지는 2만∼10만원에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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