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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재판할 때 행복"···사의표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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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의 표명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의 표명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상 법원행정차장(62·사법연수원 15기)이 김명수 대법원장에 사의를 표명했다. 법원행정처장이 된 지 1년 만이다. 안 처장은 그동안 “명의는 환부만 찾아 수술해야 한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해왔다.

 안 처장은 3일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고 1년이지만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었다”며 사의를 표명한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법관은 재판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고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및 재판 거래 의혹 수사와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갈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린 분이기 때문에 저하고 세부적인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의를 외부에서 권유했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다”며 “그동안 몇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안 처장 사의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법원으로 들어갔다.

 법원 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에서 임명되며 통상 2년 정도 재임한다. 김 대법원장이 사의를 받아들이면 안 처장은 대법관으로서 재판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안 처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다”며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발언은 “전날 발생한 김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투척이 사법불신에 근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것이다. 맥락에 맞지 않는 답변이어서 안 처장이 사전에 준비해 작심하고 발언한 것으로 풀이됐었다.

 안 처장의 사의에 대해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2일 발표된 대법원 시무식 식사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수사를 거론했다”며 “이는 평소 안 처장의 얘기와는 다른 것이라 누군가 행정처에서 처장 모르게 대법원장 식사를 써서 올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일 “국민들은 지금도 법원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고 현재로서는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우리가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상갓집에서 안 처장이 ‘행정 일은 지쳐서 못 하겠다’고 한 말이 연말연시에 법조계에서 소문이 퍼졌다”면서 “일생을 재판만 하다가 이런 일을 하니까 마음의 병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원도서관 이전 개관식'에서 대법관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희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 대법원장, 조재연 대법관.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원도서관 이전 개관식'에서 대법관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희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 대법원장, 조재연 대법관. [뉴스1]

 차기 법원행정처장으로는 조재연(62·12기) 대법관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임명한 대법관이다. 사법시험 22회를 수석으로 합격했던 조 대법관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덕수상고 졸업 후 한국은행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판사가 됐다.

이후연‧박사라‧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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