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무용수 갈수록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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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무용계가 역량있는 남성무용수 부족으로 공연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현대무용쪽에 두드러져 공연횟수는 해마다 30%이상 느는데 비해 무대에 설 수 있는 남성무용수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3월말 『이사도라』를 공연한 현대무용의 황의숙씨는 공연을 며칠 앞두고 상대역을 맡은 남성무용수가 앞선 공연의 과로로 공연을 할 수 없다고 통고해 와 곤욕을 치렀다. 결국 안무내용을 대폭 바꾸는 소동 끝에 공연은 했지만 바람직한 내용이 되지 못했다.
한편 지난 14∼15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잿빛비망록』을 공연한 박인숙씨의 경우는 무용의 구성상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인 5명의 남성무용수를 확보하는 데도 크게 애를 먹었다고 한다.
무용인구가 분야의 구분없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은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특히 현대무용쪽이 심한 것은 현대무용이 60년대초 이화여대 등 여대 중심으로 교육되고 보급된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후 한양대·경희대·세종대·중앙대 등에서 남성무용수를 키워 왔으나 아직 역사가 짧은데다 한국에서의 대부분의 예술공연이 선생과 제자 등 학연과 인간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이 그들과 공연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재 그런대로 기량을 갖춰 무대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남성무용수들은 손관중 김승근 최상철 서병구 한승수 박상원 홍승엽씨 등으로 약20명 안팎이라는 것이 현대무용가 육쥐정씨(이대교수)의 얘기다.
최근 들어 남녀 공학 대학 무용과의 남학생 입학이 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 학년 전체 1백명중 4∼5명, 많아야 7∼8명 정도의 비율이라는 것.
그에 비해 현대무용 공연은 88년에 약1백30회의 공연(현대무용 약40%)이 있었고 해마다 평균 30%정도씩 느는데다 갈수록 남성적인 도약이 많은 힘찬 춤 등으로 춤공연내용의 다양화에 따라 남성무용수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 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렇다 할 기량을 갖추지 못한 비전공자들이 무용공연 무대에 서게 되어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무용전공자 중에서도 필요한 기량 축적없이 이리저리불려다니며 재능을 소모하다 스러져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용계 특히 현대무용계는 완성된 공연예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남성무용수를 키우는 제도를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고 무용평론가 박용구씨는 주장한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주는 방법 ▲현대무용 전문직업무용단 창립 ▲무용단 산하에 무용학교 운영 등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남성무용수들이 직업무용단에 진출할 수 없어 생계를 위해 중도에 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며 육완순교수는 직업무용단의 창단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직업무용단은 최근 무용 전공 남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어 유니버설 발레단은 전체 50명중 23명, 국립극장 산하 무용단은 59명 중 20명, 발레단은 48명 중 15명이 남성이다. 서울시립무용단은 현재 총44명 중 6명인데 21일 남성단원만을 뽑는 오디션을 가졌다.

<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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