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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도 뭉치면 강해진다…군 작전에도 쓰이는 군집드론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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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동연의 드론이 뭐기에(13)

2019년 1월 1일 새벽. 기해년을 맞아 보신각 타종과 함께 드론으로 복스러운 황금 돼지 형상이 새해 하늘에 연출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텔이 선보였던 드론으로 오륜마크를 수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후 세계 각국은 군집 드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센서를 통해 앞 차를 센싱하고 뒤따르는 군집 주행차. 군집 드론에 필수적인 정밀 위치 인식은 움직이는 물체가 고정된 하나의 지점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거리와 각도를 수시로 계산해 GPS로 파악한 위치정보를 보정하는 RTK-GPS기술을 적용한다. [출처 벤츠 홈페이지]

센서를 통해 앞 차를 센싱하고 뒤따르는 군집 주행차. 군집 드론에 필수적인 정밀 위치 인식은 움직이는 물체가 고정된 하나의 지점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거리와 각도를 수시로 계산해 GPS로 파악한 위치정보를 보정하는 RTK-GPS기술을 적용한다. [출처 벤츠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핵심기술을 세 가지로 꼽는다. 비행경로를 자동으로 찾아 비행하는 스마트 내비게이션(Smart Navigation), 설정된 임무를 스스로 판단해 수행하는 브레인파워(Brainpower), 그리고 여러 대의 드론이 가창오리의 군무처럼 한 대의 컴퓨터로 일사불란하게 제어하는 군집(Swarms)기술이다.

그중 이번 주제인 군집 드론은 여러 대의 드론이 Wi-Fi로 연결된 한 대 컴퓨터의 명령으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각 드론의 시간별 위치정보와 경로를 사전에 설계해 입력하면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하게 된다.

군집 드론에 필수적인 정밀 위치 인식은 주로 RTK-GPS(Real Time Kinematic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GPS는 오차가 커서 군집 드론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움직이는 물체가 고정된 하나의 지점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거리와 각도를 수시로 계산해 GPS로 파악한 위치정보를 보정하는 RTK-GPS 기술을 적용한다.

인텔 50주년 기념 드론 쇼.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쇼에는 '스팅 슈타'라는 드론이 사용되었는데 40억 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LED 전구가 탑재됐다. [사진 인텔]

인텔 50주년 기념 드론 쇼.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쇼에는 '스팅 슈타'라는 드론이 사용되었는데 40억 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LED 전구가 탑재됐다. [사진 인텔]

참고로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쇼에서 사용된 ‘슈팅 스타’드론은 무게가 배구공 정도인 380g이고, 플라스틱과 고무 소재로 제작됐고, 40억 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LED 전구가 탑재됐다. 또한 드론 간의 간격을 RTK-GPS 기술로 150cm 정도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해 충돌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됐다고 한다.

비행 중인 드론의 GPS, 내부온도, 잔여 배터리량 등 기기 정보를 송신하기 위해 인텔의 2.4GHz 인터넷망을 이용했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드론은 비상착륙시키거나 관제센터로 돌아오도록 했다. 드론이 전송하는 데이터가 방대하지 않아 5G까지 활용할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군집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집 기술이 임무의 효율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 파악 기술과 함께 스스로 높은 지능과 자율성을 갖춰야 한다.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재난 현장이다. 예를 들면 산불 발생지역의 생존자를 찾기 위해 드론 한 대보다 수백 대의 드론을 동시에 날려 수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스 누출 탐지에도 수천 대의 곤충 로봇 드론을 투입해 파악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농경지의 잡초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군집 로봇 프로젝트 'SAGA(Swarm Robotics for Agriculture Applications)' 사탕무 재배지를 대상으로 실험 중인 그림. [사진 드론아이디]

농경지의 잡초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군집 로봇 프로젝트 'SAGA(Swarm Robotics for Agriculture Applications)' 사탕무 재배지를 대상으로 실험 중인 그림. [사진 드론아이디]

농업 분야에도 군집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로봇으로 농경지의 잡초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유럽연합(EU)의 군집 로봇 프로젝트 ‘SAGA(Swarm robotics for Agricultural Applications)’가 대표적이다. 사탕무 재배지를 대상으로 실험 중이다.

이는 꿀벌의 생태와 습성에서 영감을 얻은 연구진은 다수의 초소형 군집 드론이 수백 헥타르의 사탕무 재배지를 꿀벌처럼 날아다니며 사탕무에 해로운 균이 기생하는 자생 감자가 어디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는지, 그 양은 얼마인지를 지도로 작성해 잡초 제거용 로봇에게 해당 장소를 알려줘 제초작업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잡초를 방제하기 위해 재배지 전체에 무차별로 제초제를 살포함에 따른 비용 증가,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잡초의 표적 분무가 가능해져 효율적인 제초작업이 가능해진다.

국방 분야에서 군집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고 있다. 그림은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잡초 지도. [사진 드론아이디]

국방 분야에서 군집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고 있다. 그림은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잡초 지도. [사진 드론아이디]

국방 분야에서 군집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군집 드론이 적의 화력을 끌어내어 자원을 소진하게 하거나 유인기가 수행하던 정보수집, 통신 교란 등에 사용되고 있고, 육상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무리가 함께 주행하는 군집주행(Truck Platooning) 등이 연구되고 있다.

자율주행과 결합한 군집주행은 수송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해상에서는 대형 함선을 방어할 무인 수상함, 수중 환경 감시와 대잠수함전을 위한 무인잠수정 군집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수소기를 통한 무인기 대량 발진 및 회수를 위한 그렘린 프로그램. 미국은 국방 분야에서 군집 드론을 가장 많이 연구하는 국가이다. [사진 드론아이디]

수소기를 통한 무인기 대량 발진 및 회수를 위한 그렘린 프로그램. 미국은 국방 분야에서 군집 드론을 가장 많이 연구하는 국가이다. [사진 드론아이디]

특히 미국은 국방 분야에서 군집 드론을 가장 많이 연구하는 국가이다. 그 중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15년에 시작한 그렘린(Gremlin) 프로젝트가 있다.

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바다 위를 뜨고 내리듯 대형 폭격기나 수송기에서 다수의 드론이 공중에서 발진하고, 수송기로 공중에서 회수해 재사용하는 프로젝트다. 일종의 날아다니는 드론 항공모함이다.

그 간 장거리 정찰에 사용되던 고가의 MQ-9 리퍼나 RQ-4 글로벌호크 같은 대형 무인기 대신해 그렘린 프로젝트 무인기는 MQ-9이나 RQ-4에 탑재된 페이 로드의 기능을 분산시켜 크기를 작게 만들고, 공중에서 발진과 회수가 가능하다. 페이 로드의 기능이 분산된 그렘린 프로젝트의 무인기는 목표에 따라 군집을 이룰 수 있다.

DARPA는 그렘린 프로젝트 무인기가 회수 후 24시간 이내에 다시 사용이 가능하며, 사용 수명을 20회로 목표하고 있다. 2019년 말 다수의 무인기를 공중에서 발진하고 회수하는 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30분 안에 4대를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3년에 군집 드론 기술을 개발했고, 최근 국내기업인 파블로 항공이 군집 비행에 필요한 드론 조종·제어 기술과 실시간 통신 기술, 네트워크 RTK-GPS 시스템을 구축하고 40대 군집 비행에 성공하는 등 국내에도 군집 드론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신동연 드론아이디 세일 마켓 담당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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