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안전기준 마련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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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의 식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가공식품이나 농산물 등 수입식품이 외국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수입돼 이를 안전하게 지켜부는 법적·제도적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20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가진 「수입식품 안전성의 문제점과 대책」을 위한 세미나에서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노완섭교수(동국대·식품영양학)는 『수입식품의 독성물질에 대한 허용여부와 기준치마련보다 수입개방이 선행돼 최근 첨가물·농약·살충제·소독제·잔류방사선물질에 의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교수 (중앙대·사회개발대학원장)도 『선진국의 압력으로 보사부가 수입농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사항을 대폭 완화한 후 제조연월일과 유효기간을 밝히지 않은 외제가공식품이 범람,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개방조처로 식량의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면 국내농업이 황폐화하고 이농현상이 가중돼 결국 식품의 안전성이 외국인 손에 좌우될 판이라고 우려한 김성훈교수는 『체르노빌원자낙진이 섞여있는 농산물원료와 가공식품 및 암의 원천인 아프라톡신이 14%나 섞인 옥수수사료가 도입돼도 속수무책인 정부당국을 믿을 수 없다』고 공박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힌 채희성 보사부위생제도과장은 『작년에 전국13개 검역소를 거쳐 수입된 식품 4만2천5백건(약 13억달러어치) 중 부적합한 것은 75건으로 판정돼 이 식품들은 수출국에 반송되거나 폐기처분됐다』고 밝혔다.
시민의 모임을 대표해 나온 송지경교수 (서울여대)는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가 한국에서는 식용으로 둔감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안전기준치 설정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또 『방사능낙진오염지역에서 여러 차례 수입한 3백만kg의 식품원료 중 어느 하루 수입분중 6kg만의 오염여부를 실험한 후 안전하다고 결론짓는 것은 보사당국의 무지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김성훈교수는 『수입식품에 대한 규제행정부서가 보사부·농림수산부·국세청·세관으로 다원화돼 있어 일관성이 결여돼 시행착오가 빈번하다』고 말하면서 『식품의 안전성을 다루는 전문행정인력도 태부족이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배성과장은 『전국 13개 검역소에 식품위생만을 전담하는 상주 감시원이 없고 각 검역소마다 식품을 검사하는 이화학적 검사장비가 없어 관할 시·도 국립보건원이나 보건환경연구소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28종의 식품에 대한 농약·방사능잔류허용기준치가 설정돼 있으나 앞으로 계속 품목을 추가할 계획이며 어패류의 중금속허용기준치도 금년내 제정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고혜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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