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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싼타페'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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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짝퉁 마티즈'인 'QQ'를 생산하는 중국의 체리자동차는 중국 정부가 독자 브랜드 육성에 모범적이라고 치켜세우는 기업이다. 짝퉁이라도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이 회사의 인퉁야오 회장은 현지에선 스타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국영 CCTV가 선정한 10대 경제 인물에 들 정도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자국의 자동차 산업 육성책을 대폭 수정했다. 외국 합작기업이 아닌 자국 업체의 독자 모델 생산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20년 넘게 외국 업체를 끌어들여 자동차 생산 기술을 습득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구미와 일본의 합작 업체들은 대개 구형 모델을 들여왔다. 그것도 핵심 기술은 이전해 주지 않고 저임 생산과 물건 팔기에만 신경 썼다는 게 현지 당국과 업계의 피해의식이다. 그래서 전략을 바꿔 독자 개발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단순 조립을 포함해 중국의 크고 작은 100여 군데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신차 개발 능력을 갖춘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선진 업체들의 평가다. 중국 최대 회사인 상하이차마저 독자 모델 개발을 위해 핵심 기술인 플랫폼(차체 뼈대)과 엔진을 영국 로버에서 사왔다.

그만큼 중국은 신차 기술에 심한 갈증은 느끼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규 합작이나 공장 증설을 허가할 때 신차 개발 연구소와 디자인센터.주행시험장을 건설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로 하여금 짝퉁 차라도 빨리 만들어 내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국 업체가 현대차 전직 임원을 스카우트해 '짝퉁 아반떼'를 개발하려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차는 2008년께 독자 세단 모델을 내놓겠다고 올 초 발표한 바 있다.

일본 혼다는'홍다(Hongda)'라는 오토바이를 만들어 판 중국 회사를 상대로 과감히 소송의 칼을 빼들었다.

중국에선 '관시(關係)'가 중요하다고 해 많은 기업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말로만 대들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KOTRA 상하이 무역관 관계자는 "공문으로 정식 항의하고 소송할 뜻까지 비치면 해당 기업의 태도가 달라진다"며 "나중에 취하하더라도 일단 법적으로 갈 일은 가라"고 조언했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