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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시내버스 주 52시간 대책 나왔지만...기사 충원과 요금 인상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에서만 내년 7월까지 6000명의 버스 기사를 새로 채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경기도에서만 내년 7월까지 6000명의 버스 기사를 새로 채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시내·외 버스 등 전국 노선버스의 요금이 인상된다. 또 현재 운행 중인 노선 가운데 승객이 적은 일부 노선은 폐지될 전망이다.

내년 2월 버스요금 인상, 적자노선 폐지 #정부, 버스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 확정 #요금 인상은 부족한 버스 기사 확충 목적 #경기도만 내년 7월까지 6000명 더 필요 #요금 대폭 인상,노선 폐지에 반발 우려 #묘수 못 찾으면 내년 버스 대란 불가피

  정부는 2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확정했다. 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부족한 버스 기사 충원을 위한 목적이 크다.

 현재 노선버스 기사는 주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휴일 근로 16시간을 합쳐서 주 68시간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 300인 이상의 버스업체는 주 7일 기준으로 52시간을 지켜야만 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0년 1월부터, 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이 적용된다.

 이 기준대로 하면 준공영제를 도입해 1일 2교대를 하고 있는 서울 등 특별·광역시도의 버스업체들을 제외하곤 모두 버스 기사를 대거 신규채용해야 한다.

 특히 300인 이상 버스회사가 대부분 몰려 있는 경기도가 가장 심각하다. 내년 7월부터 1일 2교대를 시행하려면 7300명이 더 필요하다. 2021년까지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모두 1만 5000명 이상을 충원해야 한다. 이중 올 한해 새로 뽑은 기사는 1300명에 불과하다.

교육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내년 4~5월 안에 6000명가량을 더 충원해야만 한다. 만일 기사를 제때 뽑지 못하면 버스 운행 시간과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어 시민들의 큰 불편이 우려된다.

 문제는 이 시간 안에 대량으로 기사를 구할 수 있느냐다. 김기대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장은 "전세 버스, 화물트럭 등 대형면허 소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전직을 유도하고, 군 운전병 인력 중에서도 버스 기사 취업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버스 등 대형면허 소지자의 노선버스 전직을 유도할 방침이다. [중앙포토]

국토교통부는 전세 버스 등 대형면허 소지자의 노선버스 전직을 유도할 방침이다. [중앙포토]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더 적어질 임금을 어떻게 보전하느냐가 숙제다. 급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야만 기사들이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좋은 서울 등에는 기사가 몰리는 반면 지방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내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 정부에서 직접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준공영제 도입과 노선 효율화, 그리고 요금인상이다. 정부에서 각 지자체에 용역비를 지원해 지역별 실정에 맞는 준공영제 방안을 찾아보라는 취지다.

 현재 노선 중 승객이 적어서 효율이 떨어지는 노선을 정리해 기사 소요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농어촌 버스 등은 소형버스로 바꾸거나 100원 택시를 대체해 버스 기사를 일반 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버스 요금을 지자체별로 적정수준에서 올리도록 해 버스 업체들이 기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을 늘려줄 방침이다. 현재 전국의 노선버스는 한해 2500억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버스 기사의 처우도 개선이 가능해 필요한 인력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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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하느냐다. 버스 업계에서는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버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인력을 더 늘리려면 충분한 인상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금을 대폭 올릴 경우 승객들의 부담이 커져 작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노선 효율화의 경우도 폐지대상 노선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적정한 요금 인상 폭과 인력 확충 방안을 찾아내는 게 숙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 7월부터 경기도 등에서 상당한 버스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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