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방위비 4000억 더 내라" 트럼프 지침에 협상 난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총액을 더 올리라”는 트럼프 대통령 말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회의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9차 협정은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된다. 아직 결론을 재니 못하게 된 가장 큰 걸림돌은 ‘총액’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25일 “분담금 총액에 대한 입장 차가 아직 크다”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 우리의 재정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정통계정보시스템, 방위비부담금특별협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정통계정보시스템, 방위비부담금특별협정]

 협상이 진행중일 때만 해도 외교부 내에선 “내년 1월 안에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총액만 남겨놓고 세부안에선 일치를 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최종안을 받아든 미 수뇌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최근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 많은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 등에서 미국을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협상 내용을 아는 당국자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의 총액을 50% 인상한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내달 마무리" 자신감 보였지만 #美, 총액 50% 올린 1조3500억 요구

주한미군의 훈련 모습. [연합]

주한미군의 훈련 모습. [연합]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퇴장도 트럼프식 '동맹 비용론'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의 비용적 측면보다 한미 안보동맹의 역사적·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매티스의 사퇴로 백악관 내에서 한·미동맹의 정치적 중요성보다 비용적 접근론이 힘을 받게 되면 방위비 협상을 해야 하는 미국 실무팀의 선택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가운데). [EPA=연합]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방위비 경감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방위비를 대폭 올려주는 대신 경제협력 부문에서 상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거시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재협상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