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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 위협 당했는데…” 보복 두려움 떠는 편의점 야간 알바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씨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린 사진. [사진 에펨코리아]

A씨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린 사진. [사진 에펨코리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데 칼 맞고 뉴스 나올 뻔했다.”

24일 오전 5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이같은 말로 시작하는 글은 이날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시 6시간 만에 11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자신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라 밝힌 네티즌 A씨는 이 글에서 생면부지의 한 손님에게 식칼로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사건은 A씨가 손님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신분증 검사를 요구한 손님이 검사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왜 신분증 검사를 했냐’고 따졌다”며 “‘신분증 검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니 그 손님은 ‘내가 여기 몇번을 왔는데 얼굴을 못 알아보냐’고 말했다. 그러다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손님은 ‘해보자 이거지?’라는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뭔 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가게를 정리하던 A씨는 문을 열고 자신을 다시 찾아온 이 손님과 마주하고 깜짝 놀랐다. “눈 부라리면서 성큼성큼 걸어오던데 딱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린 사진. [사진 에펨코리아]

A씨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린 사진. [사진 에펨코리아]

A씨는 “뒷주머니에서 20㎝짜리 식칼이 나오는데 그 상태로 멱살이 잡혀 뒤로 밀려났다”며 “통로에서 몸이 밀려 있는 상태에서 이 손님은 ‘나 인생 포기한 사람이다. 계속 까불어봐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칼을 뺏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칼 든 손은 뒤로 쭉 빼놓고 있어서 도저히 건들 수 없었다. 방법이 없어서 ‘죄송하다. 살려달라’고 몇 분간 빌었다”며 “(이 손님은) 계속 협박을 이어가다 ‘다음에 또 그러면 죽여버린다’고 말하고 가게를 나갔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이 현장 대처와 초동수사가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가 칼 들고 찌르려고는 안 했다. 협박만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별일 아니다’라는 말에 칼에 찔려 피가 철철 나야 별일이란 말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는 “범인을 잡기도 전에 (경찰이) 전부 철수했다. 얼마 전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알 것 같다”며 “가해자가 언제 다시 쳐들어와서 칼 휘두를지 모르는데 보호는커녕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신고 두 시간 후 A씨에게 칼을 들이댄 이 손님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칼을 휘두른 손님은) 조울증을 호소해 정신병원으로 들어갔고 3일 후 퇴원이라고 한다. 구속수사를 하기엔 사유가 부족해 판결 전까지는 자유의 몸”이라며 “형사에게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더니 ‘그런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TV(CCTV)를 공개하기도 했다. 칼을 든 가해자와 위협받는 A씨가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네티즌이 공분했다. A씨가 언급한대로 “강서 PC방 살인사건이 생각난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지난 10월 발생한 강서 PC방 살인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 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는 “PC방 사건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냐” “당장 알바 그만둬라” 등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A씨는 댓글을 통해 “(경찰로부터) ‘칼 들고 위협한 건 흔한 사건이라 구속 수사하기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사건이 일어난 편의점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경남 진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방경찰청을 통해 정확한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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