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항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싼값에 가까운 거리에서 물건을 살수 있다는 이점도 있으나 도로를 무단점유, 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위생·교통안전 측면에서도 위험이 크다.
상계 7단지의 경우 폭 3m 남짓의 진입로 인도를 1백여개의 노점이 완전점거, 전용도로나 차도로 다녀야 해 주민들은 그 때문에 단지안에서 지금까지 7건이나 교통사고가 났다는 주장.
『신시가지로서의 산뜻한 맛이 사라져 버렸어요. 집값 떨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주민 김모씨 (33·주부)는 교육환경 악화를 걱정했다.
영세서민의 생계수단과는 거리가 먼 일부노점의 기업화·점포화 추세도 지적된다.
『TV·냉장고·이동식 화장실 설치, 35평 규모, 종업원 5명, 월수입 2백만원.』
『손수레 4대 운영, 종업원 및 손님 가장 호객꾼 5명 고용, 자가용 보유, 월수입 2백50만원, 프리미엄 1천만∼1천7백만원.』
『포장마차 7대 소유, 처제·장모·의형제 등 친족운영 체제, 총 월수입은 6백만원.』
이상은 서울시 조사결과 7백7곳에 이른 것으로 밝혀진 「준기업형 노점」의 명세서.
허가를 받지 못했을 뿐 규모나 매출액에서 기성상가·점포를 능가하는 이들 기업형 노점은 명동·충무로 등 도심뿐 아니라 잠원동·석촌호수 부근 등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고정·점포화 추세도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질적 변화. 8백43곳에 이르는 상계지역 노점 중 좌판·보따리상은 8명, 포장마차·손수레 등 이동식이 1백27개소인 반면 천막을 친 「붙박이식」이 80%가 넘는 7백8곳으로 「거리의 상가」를 형성하고 있다. 「노점 절대금지 구역」인 여의도 선착장 주변 시민공원엔 60여개의 포장마차 중 20여개는 붙박이식이고 나머지도 대당 5백∼1천5백원을 주고 인근 빈터에 맡기는 실정.
『서울 거리가 온통 노점천지인 것 같지만 막상 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지난 달 강남 H아파트 앞길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한 송모씨는 『50만원을 주고 맞춘 포장마차를 끌고 10여 곳을 찾아 다녔으나 기존노점의 텃세가 심해 결국은 자릿세 80만원을 줘야 했다』며 『들인 돈이 있어 단속반의 철거요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연령도 50세 이상이 전체의 25%였으나 30대가 29%, 20대가 10%로 젊은 층의 증가추세가 뚜렷하고 학력도 국·중졸 위주에서 고졸이상으로 바뀌는 등 노점이 생계의 임시방편에서 안정적인 직업화활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잦은 자리다툼, 폭력충돌, 자릿세 수수 등 제2의 부작용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