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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성탄절 전통 된 KFC치킨…시작은 1호 점장의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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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일본 KFC의 최대 대목이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메뉴를 예약판매하고, 매장 앞에는 치킨을 하려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일본 KFC 트위터 캡처]

크리스마스는 일본 KFC의 최대 대목이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메뉴를 예약판매하고, 매장 앞에는 치킨을 하려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일본 KFC 트위터 캡처]

지난 11월 3일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메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도 더 남은 시점이었지만, ‘KFC 치킨 조기예약’은 일본에서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케이크도 칠면조도 아닌 KFC 치킨이 사실상 일본 크리스마스의 ‘전통음식’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때면 치킨을 사기 위해 KFC 매장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일본의 연말연시 풍경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덕분에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다. 2016년의 경우 12월 23~25일 딱 사흘의 매출이 59억 2000만엔(약 59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9월, 반년 동안 올린 매출은 368억엔(약 3720억원)이었다.

크리스마스 3일 매출 598억…전통음식 된 치킨

대체 왜 일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 걸까. 70년대 선보인 크리스마스 광고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통이 돼버렸다고 꽤 알려져는 있지만, 그게 전부일까.

지난 22일 비지니스인사이더의 일본판은 이 전통의 기원을 거슬러갔다. 비지니스인사이더의 팟캐스트 ‘하우스홀드 네임(Household Name)’에 출연한 오오카와 다케시(大河原毅)의 증언을 통해서다.

1970년 문을 연 일본 KFC의 1호점 점장을 지낸 오오카와는 후에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치킨 예약을 시작한 일본 KFC. [홈페이지 캡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치킨 예약을 시작한 일본 KFC. [홈페이지 캡처]

지난 11월 3일 크리스마스 메뉴 예약 판매를 알리는 일본 KFC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지난 11월 3일 크리스마스 메뉴 예약 판매를 알리는 일본 KFC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그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는 치킨’이라는 새로운 ‘전통’은 거짓말에서 비롯됐다. 그가 1호점 점장을 지낼 때 만들어낸 거짓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처음 일본에 선보인 KFC 매장은 소비자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행인들은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지붕에 영어 간판을 내건 KFC 매장을 보고 이발소인지, 제과점인지 헷갈려 했다. 손님들은 낯선 매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매장 근처의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치킨을 주문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어줄 수 있는 지 물은 것이다.

기독교 인구가 2%도 채 안되는 일본에서 1970년대 초는 마땅한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없을 때다.

오오카와는 직접 산타 분장을 하고 유치원에 치킨 배달을 갔다. 커다란 치킨 통을 들고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파티는 대성공했다.

이내 다른 유치원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치킨 주문이 쇄도했다.

“미국선 크리스마스에 치킨 먹어” NHK에 거짓말 

KFC 로고. [중앙포토]

KFC 로고. [중앙포토]

그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가게 앞에 서 있는 ‘KFC 할아버지’ 커널 샌더스의 상(像)에 산타 옷을 입혔고,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저녁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

그의 ‘영업’은 입소문을 타 NHK가 그를 인터뷰하기에 이르렀다. 이 인터뷰를 통해 ‘크리스마스엔 치킨’이라는 전통은 공식화됐다.

“서양에서 정말로 프라이드 치킨이 크리스마스의 일반적 관습이냐”는 질문에 그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오오카와는 팟캐스트에서 “치킨이 아니라 칠면조를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했다”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1974년부터 전국 캠페인…점장은 사장까지 승진 

그러나 어쨌든 그의 거짓말 덕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대특수를 누리게 됐다. 아예 1974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고 오오카와는 승진을 거듭해 1984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비지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KFC가 만든 전통 때문에 치킨을 판매하는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도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실시한다. KFC에서 미처 치킨을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이 다른 체인에서라도 치킨을 사려 하기 때문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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