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북한 비핵화’에 폼페이오 장관 “북한 비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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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재확인했다. 그간 역대 미국 정부가 유지했던 기조로 볼 때 당연한 얘기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흔들림없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밝혔다. 즉 북·미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고,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한다는 맥락이 깔렸다.
북한은 20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6.12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는 조선(한반도)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북한 등 4개국 순방 성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북한 등 4개국 순방 성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은 그간 ‘비핵화=북한 핵 포기’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 왔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껏 한 번도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다.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비핵화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라고 답했다.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꺼내 들 때는 항상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사 해체, 유엔사 철수 등이 따라붙는다. 북한은 2016년 외무성 담화 등을 통해 “비핵화는 남조선 비핵화를 포함해야 하며 핵무기 사용 권한이 있는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미의 입장은 일관되게 북한 핵 포기였다. 올해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들어갔는데 한·미 양국은 모두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중앙포토]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 협상팀은 북한이 초기에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더라도 협상을 시작한다는 입장인데, 이 시점에 북한이 무리하게 협상의 판을 깰 수 있는 주장을 하고 나선 배경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 이번 조선중앙통신의 논평 수위가 기존보다 낮아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로버트 칼린 박사는 21일 북한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를 통해 “그간 알려진 북한의 입장과 비교할 때 새롭지 않은 언급이고 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준다”고 경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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