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시위대가 고인을 추모하며 22일 밤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전날 촛불 행진에 이어 노숙 농성을 한 이들은 이날 소복을 입고 결의대회에 나섰다. 꽃으로 둘러싸인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선 고인의 동상도 세워졌다. 동상은 김씨가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며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사기 정부가 아니라면 당장 나와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와 눈물에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비정규직 100인의 이야기’ 순서를 통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 “참담하게 노동자가 죽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씨 어머니는 무대에서 아들에게 불러줬던 자장가를 부르며 “지금도 잠을 자던 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눈물이 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정규직이 되도록 우리 모두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함께 무대에 선 김씨 아버지도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잘못된 원청 책임자들과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정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오후 6시 20분쯤 이들은 청와대로 행진해 문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다. 김씨 어머니는 청와대 앞에서 근조 리본을 묶고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애통해했다.
한편 청와대도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면담 요구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보고가 이뤄졌고 “(문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