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같은 중거리 역전골 쏜 안정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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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골 안정환 환호
13일 밤 (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의 역전골을 일궈낸 안정환이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상대팀 골키퍼와 한때 같은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좋은 골이 된 것 같다. 교체로 들어갈 때 감독님이 특별한 얘기를 하진 않았다. 전반전에 더워서 두 팀 모두 힘든 경기를 했다. 후반에 교체선수가 투입되면서 경기를 활발히 이끌었다. 한국팀이 홈에서는 4강을 했지만 원정에서는 1승도 못했는데 오늘 이겨서 축구 원로들께도 기쁨을 드려 정말 기쁘다."

역대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세 골 이상 뽑은 선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홍명보(2골.1도움)와 안정환(2골)이 2골씩을 기록하고 있었다. 토고전에서 2-1 역전골을 넣은 안정환(30.뒤스브르크)은 역대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월드컵 무대에서 3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3골은 아시아 국가 선수로서도 처음이다.

안정환은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연장 골든골을 넣는 등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그 대회를 계기로 안정환은 세계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드보카트호에 합류하기 전까지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방출된 안정환은 유럽 진출에 실패하고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이적했다. 그 후엔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팀을 옮겼다. 절치부심한 안정환은 일본 리그에서 72경기 30골을 기록하며 또다 유럽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05년 프랑스 FC메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팀 적응에 실패했고, 6개월 후 독일 뒤스부르크로 이적했다. 팀을 옮겼지만 어려움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해외파 점검차 독일을 찾았을 때, 안정환은 석달만에 골맛을 봤다.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순간이었다.

태극 마크를 단 안정환은 월드컵 직전 네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골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후배 조재진에게 밀렸다. 3-4-3 포메이션이 검토되면서 원톱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도 잇따랐다.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이 끝나자 결국 스타팅에서 제외됐고, 조커 열할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 후반전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은 안정환은 골을 향해 달려들었고 결국 일을 냈다.

안정환은 토고전 직전 집단 인터뷰에서 "내게 있어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16강 진출을 위해 팀에 기여하고 싶다. 세번째 골은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은 마음을 비운듯한 그의 말이 결국 세번째 골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토고전의 결승골이 됐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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