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기초과학 연구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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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기초과학이 그동안 실용과학에 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과기처가 올해를 「기초연구진흥의 원년」으로 설정하는 등 최근 이에 대한 열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박태원)는 11일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2000년대를 지향하는 과학기술과 기초연구 심포지엄」을 개최, 과학기술인들의 의지를 한데 모으기도 했다.
이상희 과기처장관은 이날 심포지엄의 기조강연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도입이나 모방에 의한 응용개발연구는 이미 한계에 다달았으며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 강화 등 국제적 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있다』면서 국가적차원에서 기초과학연구의 진흥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언급하고 이에 대한 전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의 80%가 대학에 모여있으면서도 그동안 대학에 대한 연구비의 지원은 선진국은 물론 국내 연구소나 기업에 비해서도 극히 저조했으며 구미선진국의 3배나 되는 강의부담, 5배나 되는 학생지도부담 등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미국의 금년도 대학기초연구지원은 1백20억달러(약 8조4천억원)에 이르며 일본도 6조원, 서독이 3조원에 달하고 있으나 우리는 올해 겨우3백31억원에 불과해 대학교수 1인당 연구개발비는 년1백4O만원 수준. 이는 미국의 54분의1, 일본의 33분의 1, 대만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다.
그나마 연구비 수혜율은 20%정도이며 이같은 빈약한 연구조건으로 교수들의 연구의욕은 점차 떨어져 국제저명학술지 게재과학자가 1백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30개 대학에 기초과학연구소가 설립됐으나 대부분은 이름뿐이며 73개 특성 화학과도 형식적으로 운용되고있을 뿐이다.
과기처는 ▲대학내 우수기초연구센터의 조성▲대학연구비의 획기적인 확대 ▲신진고급연구두뇌의 자체양성능력 확보▲국제교류추진 및 학술활동의 지원확대 ▲기초연구구축을 위한 1조원 기금조성 등 5대 사업계획을 마련,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나 재원조달이 문제로 남아있다.
과기처는 올해 필요한 총3천억원을 지난해 세계잉여금 3조3천억원에서 나눠주도록 관계부처와 협의중에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각 학회대표들은 1조원기금조성과 세계잉여금 배분을 요청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도 정부가 기초과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의 선언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이 GNP의 3%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그 중의 15%를 기초과학에 배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GNP의 2%에 불과하며 그 가운데 3%만이 기초과학에 투자되고있는 현실을 정부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심포지엄의 분위기였다.
이 장관은 한편 이날「기초과학육성법」제정과 「연구개발실용화공사」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서는 「기초연구활성화 추진위원회」(위원장 박태원)를 구성했으며 추진본부(위원장 고윤석, 부위원장 김호길·김현남·목영일·정조영·이봉재)도 조직됐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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