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아들 한 번만 안게해달라”…예멘 엄마 호소에 美 예외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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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소재 한 병원에서 20일(현지시간) 예멘에서 온 샤이마 스윌레(21)가 선천성 뇌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두 살배기 아들 압둘라 하산(2)을 안고 있다. [AP, 새크란멘토 밸리=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소재 한 병원에서 20일(현지시간) 예멘에서 온 샤이마 스윌레(21)가 선천성 뇌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두 살배기 아들 압둘라 하산(2)을 안고 있다. [AP, 새크란멘토 밸리=연합뉴스]

입국 비자 거부로 죽음을 앞둔 아들과 생이별 해야 했던 예멘 출신 엄마가 극적으로 아들을 만났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예멘 출신 샤이마 스윌레(21)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병원에서 아들 압둘라 하산(2)과 상봉했다.

그동안 스윌레는 미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막혀 미국에 들어올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의 문제 제기 끝에 예외를 인정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윌레는 지난 19일 입국해 이날 오전 9시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압둘라 하산을 만났다. 저수초형성 신경증이라는 선천성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압둘라 하산은 현재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한 채 가까스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스윌레는 4개월 만에 만난 아들의 손을 잡아주고,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온몸을 쓰다듬어 주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교감을 나눴다.

스윌레는 지난 8월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 알리 하산, 아들 압둘라 하산과 함께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거부당했다. 미 행정부는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 명령에 따라 입국 비자 발급이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스윌레는 아픈 아들과 남편만 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이집트에 남아야 했다. 스윌레의 남편이자 압둘라 하산의 아빠인 알리 하산은 현지 언론에 "스윌레는 아들을 안고 입 맞춰주고 싶다면서 매일 내게 전화했다"며 목이 메어 말하기도 했다.

스윌레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은 무슬림 인권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단체는 선출직 관료들에게 1만5000 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수천 건의 트윗을 올리며 인도적 차원의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SNS 등을 통해 모자의 사연을 듣게된 여론이 가세했고, 결국 미 국무부는 스윌레에 대한 예외를 인정했다. 알리 하산은 취재진에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면서 "다만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며 취재 요청에 선을 그었다.

하산 부부는 지난 2016년 예멘에서 결혼한 뒤 이집트로 이주했다. 그러나 아들 하산에게 저수초형성 신경증이라는 희귀병이 발병해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들을 만나고 싶다는 스윌레의 바람은 이뤄졌지만, 모자는 곧 이별을 앞두고 있다. AFP는 미국에서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아빠는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아들이 결국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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