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민원인 주차장만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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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주차장. 여권을 신청하러 온 李모(40.보험영업사원) 씨는 승용차를 댈 곳이 없어 20여분간 주차장 주변을 빙빙 돌아야 했다. 李씨는 "근무 중 짬을 내서 오느라 할 수 없이 승용차를 몰고 왔다"며 "주차장이 좁아 혼쭐이 났다"고 불평했다.

공공기관을 찾는 시민들이 주차장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정부.자치단체 청사 등에 붙어 있는 주차장 시설을 오는 11월부터 지금의 절반이하로 줄여나가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의 승용차 이용을 억제해 도심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취지다. 그러나 시민들은 "장.차관이나 시장.구청장 등 기관장 차량은 붙박이용 공간을 확보해 놓고 민원인용 주차장만 줄이려 한다"며 불만이다.

서울시는 현재 ▶4대문안▶신촌▶천호동▶잠실▶강남▶영등포▶청량리 등의 일곱곳에서 '주차상한제'(가급적 주차장을 못짓도록 제한하는 것) 를 시행 중이다. 시는 이들 지역 내의 공공 건물은 주차장을 줄일 수 있게 하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안'을 마련, 다음달 시의회에 상정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기준이 의무 규정은 아니지만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주차공간을 줄일 경우 인센티브(조경비.교부세 등)에 차등을 둘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선 구청들은 "주차장을 줄이면 다시 확보하기 힘들고 주민도 불편해져 당장 시행하기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보건소 등 장소에 따라 주차공간을 더 늘려야 하는 곳도 있는데 획일적으로 줄이면 부작용이 크다"며 "주차료를 많이 올리거나 주차시간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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