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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티켓 하나까지 추억으로 남긴 강릉펜션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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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이 17일 올린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A군이 17일 올린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수능시험을 마치고 강원도 강릉으로 체험학습을 간 고3 학생 10명의 얼굴에는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강릉행 KTX에 탄 지 25시간 만에 학생들은 펜션 방에서 숨지거나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됐다.

18일 경포대 인근 펜션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서울 대성고 3학년들이다. 2000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2학년 때부터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수시전형이 끝나고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진행 중인 시간에 맞춰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끝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17일 정오 서울역을 출발하는 강릉행 KTX에 몸을 실었다.

숨진 A군은 KTX 열차 안에서 기차표를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KTX 강릉 여행 1일 차”라는 말에 “나도 데려가라”는 친구들의 댓글이 달렸다.

오후 1시 50분 강릉역에 도착한 학생들은 오후 3시 45분 펜션에 입실했다. 저녁거리를 사러 가기 위해 나갔던 이들은 경포 해변을 들른 후 펜션 1층에서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A군은 오후 9시 “이쁜 추억 만들자 친구들”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A군이 남긴 생전 마지막 흔적이 됐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18일 오후부터 A군의 인스타그램에는 “멀쩡히 오길 바란다”처럼 그의 안전을 기원하는 친구들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A군이 실려 온 강릉고려병원에 도착한 A군 어머니는 “내 아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으냐”며 오열했다. 하지만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한 뒤에는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학생 중 A군을 포함한 3명은 숨지고 6명은 중태다. 학생 중 1명은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 원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현재로썬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것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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