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시간강사들 거리로 내모는 강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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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산대 시간강사 노조가 어제부터 전국 대학 중에서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 개정에 따른 ‘시한폭탄’이 내년 8월 법 시행을 앞두고 터진 셈이다. 지난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부터 예고된 사태였다.

전국 8만여 명의 대학 강사가 적용 대상인 개정 강사법이 시행되면 전임강사의 교원 지위가 법으로 보장된다.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급격히 인상하는 바람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처럼 강사법 개정안도 유사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개정법이 통과되면서 대학들은 벌써 시간강사를 대폭 줄이고 나섰다. 대학들은 가뜩이나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다시피 하고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강사노조는 법 개정으로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량 해고 등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부산대 시간강사 노조의 경우 전임교원 책임시수 9시간 준수, 사이버 강좌 확대 최소화, 대형 강좌 축소 등을 요구하며 대학 측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영남대·경상대·전남대·경북대 등도 협상이 틀어지면 줄줄이 파업이 우려된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국회와 교육부다. 법안만 통과시키고 재원 대책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대학들의 추가 부담은 780억~3393억원이 예상되는데 내년 지원 예산은 고작 550억원이다. 지금이라도 개정법이 초래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결국 애꿎은 학생들에게로 불이익이 옮겨갈 대학 교육의 파행을 피하고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절충점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