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방 비상령 풀리니 경제가 전면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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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사실상 무산되자 남북 이슈는 소강 상태로 바뀌고 대신 경제 이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남북 모두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정부 부처에 내려졌던 일종의 답방 비상령이 지난 16일로 사실상 해제됐다”며 “관련 부처가 일상 업무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답방 마지노선 넘겨 #문 대통령, 최저임금 등 행보 #관련 부처들 일상 업무로 복귀 #북은 제재 버티며 자력갱생 강조

이 당국자는 “관련 부처 내부적으로는 지난 10일을 전후한 시점에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전격적으로 답방을 통지할 가능성도 있어 지난 주말까지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한국의 국무회의와 유사한 회의를 진행하는데 지난 금요일(14일) 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답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어 이럴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판 가능성으로 남겨놨던 ‘전격 통보’는 주말까지 없었다. 연내 답방 무산은 한반도 내부에 기류 변화를 가져왔다. 남이나 북이나 모두 ‘경제’를 챙기는 닮은꼴이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연내 답방의 불씨를 되살렸던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관하며 경제 행보로 나섰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여론의 우려를 불렀던 정책들에 대해 보완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속도 조절 의사를 내비친 게 그렇다. 그간에도 청와대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는 최우선 정책이이라고 내세웠다.

하지만 모양새로만 보면 연내 답방이 성사되지 않자 한반도 운전자론이 뒤로 밀리고 대신 경제 이슈가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이 열렸으면 그 탄력으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반대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연내 답방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일단 남북 정상회담 속도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정책의 우선순위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북한도 답방을 미루며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전에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실무회담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하기보다는 곧바로 두 정상끼리 직접 만나는 담판 형식으로 최대치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면서 북한은 ‘경제 버티기’로 나섰다. 직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미국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버티겠다는 사회주의 북한판 경제 자구책이다.

북한이 이달 들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게 대표적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우리에게는 자력갱생이라는 무한대한 정신적 자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은 물론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내면서 있는 힘을 다해 싸운다”는 뜻의 간고분투 표현까지 함께 노동신문 전면에 내세웠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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