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공격하지 못한다'는 방위원칙, 아베가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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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8일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에서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개정안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 2019~2023년’을 공식 채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중앙포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중앙포토]

방위대강은 약 10년 뒤를 내다보는 안보정책의 기본 지침이며,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향후 5년간에 걸친 장비 조달 계획이다.

방위대강,중기방위력계획 각의 채택 #호위함 이즈모 사실상의 항모로 개조 #'적기지 공격용'원거리 미사일도 도입 #향후 5년간의 방위품 조달액 275조원

방위대강은 통상 10년에 한 번 개정하는 게 관례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3년말에 이어 5년만에 또다시 방위대강에 손을 댔다. 그만큼 군사력 확충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그는 “우주ㆍ사이버ㆍ전자파 분야가 사활적으로 중요해졌다. 영역의 칸막이를 초월하고, 유기적으로 융합된 다차원통합방위력이 필요하다”는 걸 방위대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날 채택된 내용들중엔 전후 일본이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의 원칙'을 위협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논란을 낳고 있다.

'전수방위 원칙'은 통상 ^패전국 일본은 상대방에게서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고,^그 행사 역시 필요 최소한에 국한하고,^보유 장비도 공격용이 아닌 자위용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공격당하기 전엔 공격할 수 없고, 공격용 장비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18일 채택된 문서엔 헬기탑재형 호위함 ‘이즈모’를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개조함으로써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내용이 논란끝에 포함됐다.

방위대강은 "단거리이륙ㆍ수직착륙기(STOVL기) 등의 전투기 체계를 구축해 비행장이 적은 태평양측 지역에서의 대처능력을 강화한다. 필요한 경우엔 함정으로부터의 운용이 가능토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고 규정했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엔 "항공 공격에 대한 대처와 경계·감시,훈련 등 필요한 경우 STOVL기 운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한 뒤 해상자위대의 다기능 헬기탑재 호위함의 개조를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일본 정부가 항모로의 개조를 추진하는 호위함 이즈모.[중앙포토]

일본 정부가 항모로의 개조를 추진하는 호위함 이즈모.[중앙포토]

 '항공모함으로 개조된 이즈모'에서 운용할 F-35 B 전투기 도입 추진방침도 담겼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수직으로 이륙 또는 착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항모보다 작은 함정에서 운용할 수 있다. [중앙포토]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수직으로 이륙 또는 착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항모보다 작은 함정에서 운용할 수 있다. [중앙포토]

연립여당인 공명당조차 "공격용 항모보유와 운용은 전수방위 원칙 위반"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헌법상 보유할 수 없는 장비품에 관한 정부 견해엔 그 어떤 변경도 없다”는 조항도 집어넣었다.

‘항모’ 대신 ‘다기능 호위함’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고, '다기능 호위함을 사실상의 항모로 개조하더라도 방어용으로만 운용하겠다'는 점을 억지로 강조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즈모에 상시적으로 전투기를 탑재하는 게 아니라, 평소엔 헬기를 탑재하고 초계활동을 벌이되 경우에 따라 STOVL기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격용 항모가 아니라)다용도 호위함으로 운용할 것이기 때문에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도 "전투기에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의 조종사 안전 확보 등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항모 보유외에 스탠드 오프(원거리공격)미사일 관련 조항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일본에 대한 함정과 상륙부대의 침공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위협권 바깥으로부터 대처가 가능한 스탠드 오프 미사일의 정비를 진행한다”,“도서방위용 고속활공탄과 대함유도탄,극초음속유도탄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스탠드오프 미사일, 사정거리가 300km이상인 고속활공탄, 상대방의 레이더망을 피해 비행하는 극초음속유도탄에 대해선 ‘적 기지 타격을 위한 공격용 무기’라는 반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래서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 자민당이 요구해온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문서에만 명시되지 않았을 뿐 미사일 정비계획 등을 통해 사실상 포함된 것이나 다름없다”(지지통신)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밖에 “일본에 대해 (전자파)침공을 기도하는 상대방의 레이더와 통신을 무력화하기 위한 능력을 강화한다” 는 내용을 두고도 "전수 방위 개념을 넘어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향후 5년간 장비 도입에 필요한 예산총액을 과거 최대인 27조4700억엔(약275조원)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만든 일본의 방위대강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강렬한 불만과 반대'를 표명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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