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하는 입법이 문제" |한국공법학회 「기본적 인권보장」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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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근·현대사는 기본권 신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권은 처음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권리를 지킨다는 소극적·방어적 성격에서 출발, 프랑스 인권선언에 이르러서는 인간이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천부의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제정 70주년을 비롯, 프랑스 인권선언 2백주년, 영국 권리장전 제정 3백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공법학회(회장 김철수) 와 한국국제문화협회(회장 김성진)는 6, 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공동개최, 선진국과 우리 나라 인권보장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귄터·퓌트너」서독 튀빙겐 대 교수는 『현재 서독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재산·인신의 자유 등 독재정권이나 공산권에서 문제가 되는 인권의 기본적 측면보다는 정신적 자유나 프라이버시의 보장문제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앞으로는 핵무기 등 국가간의 사항이 인간의 존엄성 보장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행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되었으나 지금은 작위·부작위에 의한 입법기관의 기본권 침해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평강홍 일본 동경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최종적 인권보장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최고 재판소가 사법자제론·사법 소극주의 등으로 인해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허경 교수(연세대)는 우리 나라의 인권보장은 『기본권을 자연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10조나 기본권 침해 구제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 실치 등에서 보여지듯 규정상으로는 나무랄 데 없으나 그 효력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정당히 주장하고 침해된 권리의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연초 소비자단체들이 벌인 백화점 사기세일 고발행동을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았다.
김철수 교수(서울대·법학)는 우리 나라 인권보장 문제점의 근본원인이『기본권을 천부적 권리가 아닌 실정권으로 인식하는 법관·행정관리들의 태도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인식 결여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입법활동을 게을리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기본권보장의 역사가 짧은 우리 나라에서는 무엇보다도 기본권보장을 위한 인식의 제고와 이를 토대로 사법적인 구제기관의 충실한 운영 등을 요망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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