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병기 김유진 25일 첫승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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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미국 여자월드컵 프랑스전(25일 오전 8시45분.한국시간)을 하루 앞둔 24일. 한국 대표팀은 바짝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한국팀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면 곧바로 '빈손 귀국'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훈련을 했지만 불평하는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한시간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 저먼타운 레크리에이션센터 축구장에서 실전과 똑같은 전술 훈련을 반복했다.

우선 분리훈련. 운동장을 절반으로 나눠 한쪽에선 침투훈련을, 나머지 한쪽에선 차단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이 사전 약속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마다 안종관 감독 입에서는 "잊었나. 왜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빨리 정한 대로 움직여!"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김상진 코치의 목에도 힘줄이 섰다.

다음은 라인 연결 연습.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을 끊어 확보한 공을 미드필드를 통해 전방 공격수에게 배급하는, 일종의 속공 훈련이다. 안감독은 "브라질전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전혀 펼치지 못한 것은 심리적 위축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런 훈련이 몸에 배지 않은 탓도 있었다"며 이날 하루 동안 이 두가지 훈련을 집중적으로 반복했다.

안감독은 프랑스전에 대비해 은밀하게 '비밀 병기'도 마련했다. 노출된 전력인 박은선(위례정산고)과 이지은(INI스틸) 외에 김유진(INI스틸)을 최전방에 배치한 것. 안감독은 김유진에게 미드필드진에서 긴 대각선 패스를 받아 슈팅을 때리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안감독이 김유진을 '비밀 병기'로 선택한 이유는 2001년 베이징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한국은 페널티킥과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든 뒤 김유진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지은의 결승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프랑스팀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RFK 스타디움에서 훈련한 프랑스팀은 15분 동안만 보도진에 훈련 광경을 공개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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