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못 하겠다”…프랑스 경찰들까지 거리 시위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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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대와 프랑스 경찰관. [AFP=연합뉴스]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대와 프랑스 경찰관.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에 프랑스 경찰관까지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속된 시위와 총격 테러 등에 총동원되고 있으나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경찰들의 모임인 '분노한 경찰들'이라는 단체는 SNS를 통해 오는 20일 저녁 9시30분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제리제 거리의 클레망소 광장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임금 인상, 근무 환경 개선, 추가근무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며 현직 경찰관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최근 프랑스 경찰관들은 한 달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와 스트라부르 총격 테러 등에 총동원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올해 프랑스 경찰관 3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5명이 근무 중 순직했다"며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SNS글에 '푸른 경광등'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집회 당일인 20일 뜻을 함께하는 경찰관들은 외근하지 말고, 경찰서에 머물면서 긴급상황에만 출동하고 나머지 업무는 중단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이 단체의 부회장인 현직 경찰관 기욤 르보는 17일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점점 더 많이 일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경찰은 시민 안전을 책임지지만 그것이 우리가 노란 조끼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거나 그들을 이해 못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경찰 노조는 작년 10월에도 공무원 총파업에 동참해 일부 조합원들이 하루 파업하고 집회에 참여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취임 후 공무원 임금 동결, 공무원의 사회보장세 인상, 임기 내 공무원 총 12만 명 감축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비대한 프랑스의 공무원 조직을 줄여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고 절감한 예산을 경제활력 제고에 투입한다는 방침인데,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노조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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