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무 대량 증식 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인공증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던 1급 목재인 피나무 (학명Tilia amurensis Rupr)의 대량증식 방법이 세계 최초로 국내학자에 의해 개발돼 학계는 물론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산림청 임목 육종 연구소 연구관 윤양 씨 (34) 는 4년여에 걸친 연구·실험 끝에 최근 피나무의 어린 눈을 떼어내 이를 특수배양액이 담긴 시험관 속에서 4∼5개의 싹으로 배양해 내는데 성공, 우량경제목인 피나무의 생명 공학적 대량증식에 성공했다.
피나무는 온대림을 대표하는 수종. 성장이 빠르며 성장하면 평균높이 20m, 직경 1쨔 정도 되는 활엽수다.
목재는 결이 곱고 고르며 탄력성과 가공성이 뛰어나 각종 기구 재·펄프 재·합판 재· 상 (상)·바둑판 등에 쓰이며 껍질은 로프제조 등 섬유자원으로, 꽃에는 많은 영원이 있어 아카시아·밤나무 등과 함께 최고의 밀원 수목으로 꼽히는 1급 목재.
특히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향기와 수형이 뛰어나 도심지의 가로수·공원수로 인기다.
윤 연구관의 증식성공이 최근 일본신문에 보도되자 일본 동경시 당국은 이를 계기로 긴자 (은좌)거리 등 도심가로수를 피나무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피나무의 대량생산과 대중화가 어려운 것은 증식이 까다롭기 때문. ·
10월에 맺는 피나무 종자는 두꺼운 껍질에 싸여있어 싹이 쉽게 트지 않아 2년 동안 노천에 매장한 뒤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데 발아율이 5%밖에 안되며 삽목과 접목조차 어렵다.
윤 연구관은 86년부터 피나무의 무성증식방법 개발에 착수, 3천여 회 이상의 반복실험을 거듭한 끝에 최근피나무의 어린 눈 1개를 무기질· 성장호르몬· 비타민 등의 특수 배양액에서 3∼4개의 싹으로 배양해내는데 성공, 대량생산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연구소관계자들은 이번 피나무의 대량증식 성공으로 국내의 대량보급은 물론 특히 유럽·일본 등에서 인기가 높은 피나무의 수출로 많은 외화소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관은 『정부의 기존산림정책은 지나친 홍보위주로 「헐벗은 산의 녹화」라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고 실속 있는 경제림의 양성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온 것이 사실』 이라며 『경제림의대표적 수종으로 피나무를 오래 전부터 주목해 봤는데 이번 증식성공으로 좋은 결실을 맺게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