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고용부 최저임금 개정안에 불만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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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맘대로 법 바꾸지 말고 국회에 맡겨라”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경제단체가 단체로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에 묵혀둔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17개 경제단체는 17일 합동으로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국가가 법으로 지정한 최저임금 시급은 근로자가 받은 임금(분자)을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어 산정한다. 여기서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개근한 근로자가 (통상 주말에)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얹어주는 개념이다. 성실히 1주일간 근무한 일종의 보너스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따지면 최저시급을 계산할 때 분모가 늘어나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도 늘어난다. ▶중앙일보 12월 11일 종합 1·3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시급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기업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20~40% 더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주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뉴스1]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주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뉴스1]

법원은 지금까지 수차례 최저시급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법원은 주휴수당을 법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본다. 주휴수당을 지급했더라도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판결 근거(최저임금법)의 하위법(시행령)을 뜯어고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일방통행에 17개 경제단체는 정부가 임의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대신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 (필요하면)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위반하면 징역·벌금이 부과되는 형사법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8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개최한 소상공인 단체 [연합뉴스]

8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개최한 소상공인 단체 [연합뉴스]

이들은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변경하는 건 행정의 정당성·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필요한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국회가 다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 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관련 절차를 거쳐 시행령이 발효한다. 이렇게 되면 법원은 달라진 시행령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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