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베이비붐 세대들 대학 진학 '인생 이모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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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도쿄 고쿠분지에 있는 도쿄경제대학은 10월 새로 개설하는 대학원 과정의 입학원서 접수를 14일 시작한다. 특이한 것은 응시자격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지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이 과정의 이름부터가 '시니어 대학원'이다. 36학점을 이수하고 논문을 제출하면 정규 석사 학위가 주어진다. 대학 측은 보통 2년 만에 수료하는 석사 과정을 시니어 대학원에는 4년까지로 연장해 줄 방침이다.

효고(兵庫)현에 있는 간사이(關西)국제대학에는 60세 이상의 늦깎이 대학생 10명이 학부 과정 수업을 받고 있다. 올 봄학기에 처음 실시한 '시니어 특별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이다.

히로시마대학도 학부와 대학원에서 각각 50세와 60세 이상으로 지원자격이 제한되는 특별전형을 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대학들이 '시니어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은 2007년부터 대학 입학 적령기의 학생 수가 대학 총정원보다 적어진다.

이에 따라 입학 정원 미달로 생길 등록금 수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령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07년부터 5년 동안 대입 적령이 되는 사람은 600만 명이지만 60세가 되는 사람은 1100만 명에 이른다.

대학들은 특히 '단카이(團塊) 세대'라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내년부터 정년퇴직을 맞아 직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에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7년부터 2~3년간 베이비붐이 일어났고, 당시 출생한 세대가 고도성장을 주도했다.

일본 대학들은 왕성한 활동력과 경제력을 갖춘 단카이 세대들이 퇴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면 상당수가 다시 상아탑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미 베이비붐 세대가 인생 이모작을 위해 전문대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재취업을 위한 기술 습득은 물론 젊은 시절 못 다 이룬 꿈을 뒤늦게나마 이루려는 열정적인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 뒤 전문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전역의 1200여 전문대에서 약 1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전문대를 찾는 이유는 입학이 쉽고, 학비가 저렴하면서 산학 협동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문대협회 노마 켄트 대변인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생활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이가 전문대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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