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된 거 노무현 전 대통령께 보여드리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전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 [부산시 제공=뉴스1]

17일 오전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 [부산시 제공=뉴스1]

오거돈 부산시장이 17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 있던 2004년, 청와대로 찾아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를 부산으로 달라. 그러면 제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불쑥 말씀드렸다”며 “당시 부산은 한나라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던 시절이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노 대통령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APCE 정상회의는 잘 치러냈지만 저는 선거에 낙선하고 말았다”라며 “그래도 그것이 하나의 벽돌이 되고 그 벽돌들이 쌓여서 시대가 변화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상대로 하여금 마음껏 대화할 수 있는 품을 열어주는 분이었다”라며 “이제라도 시장이 된 걸 노 전 대통령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분이 그립다”라고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풀었다.

오 시장이 부산시 내무국장으로 있던 시절 부산민주공원을 처음 만들었는데 당시 재야의 카운터파트가 문재인 인권변호사였다고 한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매사에 진지하고 합리적인 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문 대통령께 정치와는 맞지 않는 분이라고 정치판에 뛰어드는 걸 말렸다”라며 “저렇게 대통령을 잘하실 분한테, 지금 생각해보니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3전 4기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세 번 떨어지고 나서는 미안해서 ‘여보’ 소리도 못했다”라며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길거리 쫓아다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내가 눈물 난다”고 부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더불어 오 시장은 “사람이 시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시대는 사람을 바꿀 수 있다, 촛불정국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내가 그 시대를 올라탄 것”이라며 시민의 힘으로 23년 만에 바뀐 정권의 무거운 책임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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