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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된 '유명무실' 국가교육회의, 교육부는 별도 위원회 신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미래교육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 1주년을 맞았지만 교육계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입개편 공론화 등 지엽적인 이슈에 매몰돼 장기적인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내년 초 교육부 산하의 미래교육위원회까지 출범하면서 교육회의의 위상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교육회의는 지난 12일로 위원들의 임기(1년)가 끝나면서 1기 활동을 종료했다. 이에 앞서 신인령 의장은 지난 10월 임기가 만료돼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 대신 대입개편 공론화 책임을 맡았던 김진경 기획단장의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김 단장은 차기 의장으로 청와대에서 내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조만간 2기 의장과 위원들을 임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회의는 대선 공약에 따른 대통령 직속기구라는 위상과 다르게 “한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새로운 교육비전과 미래 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2017년 12월27일 첫 회의, 신인령 의장)는 다짐과 달리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대입개편안 논의에선 1년을 허비했다는 비판만 받았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중앙포토]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 [중앙포토]

 특히 대입개편안은 교육회의→특위→공론화위→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하청에 재하청’ 방식으로 논란이 됐다. 공론화위원장으로 김영란 전 대법관까지 영입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교육회의 대입개편안 발표직후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국민모임은 “1년 간 아무 개편 없이 수십억원의 세금과 인력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전교조조차 “1년 간 공론화를 거쳐 내놓은 안이 현상 유지와 후퇴로 귀결됐다. 교육부 위탁업체로 전락하도록 놔둔 교육회의는 이번 대입 하청을 끝으로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사방의 공격을 받으면서 교육회의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지난 10일 마지막 회의 때는 당연직 위원인 5명의 장관 중 4명이 불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교육회의 예산은 올해(31억원)와 비슷한 30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교육회의가 내년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주무부처인 교육부조차 모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기구라 청와대가 모든 걸 알아서 한다, 2기 위원으로 누가 들어올지 감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유명무실’ 교육회의가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위원 구성을 보면 전문가는 별로 없고 한 쪽으로 편향된 인사들이 많아 처음부터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범 당시 교육회의는 신인령 의장을 제외한 20명의 위원 중 장관이 5명, 대통령 사회수석 등 정부·기관·단체인 6명, 교수 6명, 전 공직자가 3명이었다. 민간위원 중엔 노무현정부에서 일했던 인사, 전교조 창립 멤버, 진보 시민단체 출신 등이 포진해 있었다.

 특히 의장과 함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획단장 자리엔 제일 먼저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서울교육청 대변인을 맡았던 조신 위원이 기용됐다. 하지만 그는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대통령 임명장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회의와는 별도로 내년에 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밝혔다. “현장전문가와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미래교육의 방향을 논의하는 것”(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목표다. 서울의 한 고교장은 “처음엔 교육부를 없애겠다고 해놓고 자꾸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 한다”며 “옥상옥을 세우려 하지 말고 현장을 믿고 학교에 자율성을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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