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야 광고야… 정말 심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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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 드라마 '요조숙녀'엔 협찬사인 한 회사의 얼굴 마사지기가 수시로 등장한다. 여주인공 김희선은 이 제품을 써보며 즐거워하는가 하면,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하면서 회상에 잠긴다.

누가 봐도 광고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장면. 하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다. 시청자단체에 따르면 금지된 TV 간접광고가 갈수록 노골적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위해 극의 전개마저 바꾸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경실련 미디어워치팀이 24일 발표한 '지상파 방송의 상업화를 선도하는 간접광고와 협찬 문제'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보고서엔 지상파 속 드라마.뉴스를 망라한 다양한 예가 등장한다.

MBC '좋은 사람'의 지난 17일 방영분. "학습지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대사가 수차례 나온 뒤 '웅진 씽크빅'띠 광고가 선명하게 등장한다. 또 극중 순정 역의 한지민이 모델로 나오는 이 학습지 광고가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SBS '첫사랑'에선 신성우의 자물쇠 목걸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목걸이는 방송사 드라마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KBS '노란손수건'에서도 이태란과 조민기가 장만한 가구의 브랜드를 앞의 한두 글자만 테이프로 가려 상품명 유추를 가능하게 했다. 이 가구의 CF 모델이 바로 이태란이다.

협찬사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요조숙녀'의 코리아항공과 SUNY는 대한항공과 SONY, '스크린'의 세가박스는 메가박스, KBS '저 푸른 초원위에'의 DM JAEWOO는 GM DAEWOO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방송위원회가 올 1~8월까지 제재조치를 내린 2백68건 중 간접광고는 1백17건(43.6%)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협찬고지 위반도 54회(20.1%)나 됐다. 그러나 이 중 시청자 사과방송 등 법정제재는 전무했고 대부분 경고.주의에 그쳤다.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간접광고가 왜 근절되고 있지 않은지 짐작해볼 만한 대목이다. 미디어워치팀은 세부 심의기준이 없고 이에 따른 심의제재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기준 마련과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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