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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태지’, 퍼시픽랜드에 기증 반대합니다” 동물단체 서명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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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돌고래 태지가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1]

큰돌고래 태지가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1]

‘돌고래바다쉼터추진위원회’(이하 돌바추)는 12일 성명을 통해 현재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위탁 사육하고 있는 서울시 소유의 큰돌고래 태지 기증계획을 철회하라며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에 대해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31일 태지의 위탁사육 계약이 종료돼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돌고래 자연방류와 돌고래 쇼장 폐쇄로 쌓은 서울시의 명성이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퍼시픽랜드가 맺은 태지의 위탁 사육 계약은 2018년 12월 31일로 종료된다. 이대로 계약이 끝나면 태지는 그대로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된다.

올해 18세로 추정되는 태지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포획된 큰돌고래로 2008년 서울대공원이 수입했다. 이후 서울대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와 9년간 함께 생활하다가 지난해 홀로 남았다.

제주 앞바다가 고향인 금등이와 대포는 야생 방사를 위해 지난해 5월 제주도로 옮겨졌지만, 태지는 이들과 다른 종류인 데다 포획 지점이 아닌 국내 바다에 방류하면 적응하지 못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야생 방류에서 제외됐다.

‘돌고래바다쉼터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가 태지를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위탁사육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뉴스1]

‘돌고래바다쉼터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가 태지를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위탁사육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뉴스1]

앞서 서울시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7마리를 자연으로 방류했고, 한국 최초 돌고래쇼가 시작된 서울대공원 쇼장을 폐쇄하면서 이른바 ‘돌핀-프리’ 선언을 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 동물 복지와 동물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커다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태지가 퍼시픽랜드로 기증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돌바추는 “서울시는 돌고래 불법포획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퍼시픽랜드에 태지를 보내버림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애초에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악명이 높았던 일본 다이지마을에서태지를 수입해온 것은 서울시로, 태지에 대해 끝까지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대로 태지가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돌고래 자연방류와 돌고래 쇼장 폐쇄로 쌓은 서울시의 명성이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며 “세계 각국에서 수족관 고래들을 위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이때 이같은 흐름에 역행해 태지를 쇼장으로 넘긴다면 동물복지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영국은 수족관 사육 벨루가들이 바다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아이슬란드에 2019년 3월 세계 최초의 벨루가 바다쉼터를 개장하고, 캐나다는 최근 국회에서 수족관 돌고래의 사육을 금지시키는 법률을 통과시키고 수족관 사육 고래류를 위한 바다쉼터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 볼티모어수족관은 플로리다주에 큰돌고래 전용 바다쉼터를 만들고 있고, 이탈리아는 수족관 돌고래들을 자연 환경으로 옮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돌바추는 “태지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며 “우선 오는 31일 종료되는 위탁사육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이후 관계부처와 협력해 바다쉼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면 돌바추는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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