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차 본협상 마무리 - 15개 분과 중 11개 협정문 초안 작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차 협상을 끝낸 양국은 7월 10~14일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열고 통합 협정문을 기초로 시장개방계획(양허안)과 예외안을 작성해 교환한 뒤 올 연말까지 양국을 오가며 구체적인 분야별 협상을 계속 벌일 예정이다.

한편 반 FTA 원정시위대도 이날 백악관 뒤 라파예트 광장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모의 장례식'과 FTA 반대 국제연대 집회를 연 뒤 모든 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 무난하게 끝난 1차 협상=한.미 양국이 내놓은 협상 초안문은 대체로 내용과 수준이 무난했다는 평가다. 서로 판을 깨지 않고 협상을 타결하려는 의지가 강력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 내 학교사업과 의료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대해선 미국 측이 이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미국이 서비스 분과 협상에서 한국의 학교사업과 의료시장 개방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계 학교.병원 영리법인의 한국 시장 진출 우려를 가라앉혀 FTA 협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미국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분야에선 상대국 투자자를 내국민으로 대우하고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키로 했다. 서비스 분야에선 시장개방 대상을 개방 예외업종을 나열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교역 자유화를 폭넓게 인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이 줄기차게 요구한 대미 수출상품에 대한 물품 취급수수료(상품가격의 0.21%) 폐지나 국경 간 금융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조치를 미국 측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미국이 요구한 파생금융상품 등 신(新)금융서비스 개방은 한국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감독당국의 허가 아래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넘어야 할 산 많아=농업과 섬유 분야는 양국이 충돌한 대표적 쟁점 분야다. 수입이 급증할 때 수입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수입제한조치(특별세이프가드)와 관련해 우리는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섬유 분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서로 약점이 되는 분야에만 이 조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약점도 상당수 노출됐다. 내.외국인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내국민 대우원칙'의 예외없는 적용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미국은 ▶연안 해운의 미국적 선사 독점 ▶미국에 대한 원목수출 통제 등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덤핑 조치의 남발이 많은 미국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미국은 저작권 보호 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등 한국의 지적재산법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한국의 요구에 대해 "(개성공단은) 한국의 관세영역 밖에 있어 FTA 대상이 아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FTA 협상에서 요르단의 이스라엘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이스라엘산으로 인정한 전례를 들어 역외가공 방식의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산 원산지를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들이 입주를 기피해 공단 확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따라서 남북 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선 개성공단의 상징성을 반드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워싱턴=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