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T로 국회 파괴한다"…카풀 반대, 특수부대 출신 택시기사의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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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지난 10일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한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2일 서울 도심 공원에서 '국회 폭파'를 운운하는 괴문서가 발견됐다. 문서 작성자는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의 택시기사이며 '일을 낼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메모는 이날 새벽 0시20분쯤 북서울 꿈의숲 정문 근처 벤치에서 발견됐다. 메모장 맨 앞에는 "일낼 사람입니다. 주운신(주운) 분은 관공서에 전화주세요. 방송에 나가게끔. 기자에게. 죽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제목 '분노합니다'라고 시작한 메모 안에는 "문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입니다"라며 카풀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작성자는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피나는 훈련을 겪어온 전우"라고 자신을 설명하며 "택시기사 자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파요"라고 적었다. 이는 지난 10일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한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작성자는 "택시 T맵은 중지해야 합니다. 4차 산업이 이것이 시작이라고 하면 위태로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메모에는 "서민의 입이 얼마입니까"라며 "모든 것이 탁상행정으로 시행하면 안 됩니다"라고도 적었다. 이어 "국무위원들도 주 1회라도 모든 일에 실제 투입해서 경험을 갖는 행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메모에는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도 등장한다. 작성자는 "XX 아리만 X는 국회의원 죽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자질이 그것이냐 XX들아 노가다 판도 말은 그렇게 저질로 안 한다"고 적었다.

메모 마지막에는 테러를 예고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 메모에는 "지금 옛 전우들 택시에 종사하며 지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적은 수입이나마 행복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러나 노력보다 힘이 든다. 지금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등 내용이 담긴 메모 4장이 발견됐다. [독자 제공]

메모 마지막에는 "<전국 특수부대 전역자 결집 추진체>"라는 문구 아래 "특 : 2700명 결집 예상. 국회 파게(괴) TNT 보유 폭파병 결집. 전시체제로 예상되고 있음. 터지면 막기 힘들다 '최고 내란'"이라고 적었다. TNT는 고성능 폭탄(A TNT bomb)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메모 작성자가 누군지 추적하고 있다"며 "진짜 특수부대원 출신인지 택시 기사가 맞는지 등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업계는 최모(57)씨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오는 20일 10만여 명의 택시기사가 참여하는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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