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떠나나’ 시련의 헬스케어펀드 …올해 600억 자금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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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사태 이후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 등 회계 처리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자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0% 이상 하락하고 60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 사태 이후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 등 회계 처리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자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0% 이상 하락하고 60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펀드 시장에서 30% 넘는 수익을 올리며 ‘효자 상품'으로 꼽혔던 헬스케어 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익률 부진으로 연초 이후 600억원 정도 자금이 이탈했다.

12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국내 제약ㆍ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헬스케어펀드(28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0.11% 하락했다. 최근 6개월은 -14.27% 급락하며 손실이 더 커졌다.

미국 등 선진국 바이오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가 조정장에서도 올해 3%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국내 헬스케어 펀드의 수익률은 제약 업체의 잇따른 ‘회계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의 제약ㆍ바이오 업체의 연구ㆍ개발 비용 처리에 대한 회계 감리,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의혹 등 회계 처리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지난 11일 삼성바이오가 한 달 가까이 매매가 정지됐다가 풀리자마자 같은 날 대형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였다.

투자자의 불안감은 고스란히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기준 코스피 의약품과 코스닥 제약 업종의 시가총액 합계액은 109조7240억원으로 각종 논란이 나오기 전인 지난 3월(139조9840억원)에 비해 3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헬스케어 펀드에서도 연초 이후 602억원이 빠져나가 펀드 잔고는 7184억원(11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평균 30% 수익을 냈던 헬스케어 펀드가 올해 성과가 부진하다”며 “삼성바이오 사태 등 각종 회계 논란으로 수익률이 오르락내리락하자 피로감을 느낀 일부 투자자가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내년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이 다시 회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동안 회계처리 이슈에 가려진 제약업체들의 연구ㆍ개발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2월 미국에서 국산 보툴리눔 토신(보톡스)인 나보타 승인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이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판매 허가서를 제출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 기업의 연구 성과나 기술 수출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제약ㆍ바이오주의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회계 논란 등 외부적인 요인이 컸다”고 지적한다. 그는 “삼성바이오 역시 거래 재개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대한 재평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이 '제2의 삼성바이오 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바이오 기업은 워낙 외부 이슈와 임상 단계에 따라 주가 등락이 심한 데다 기업 이익보다 주가가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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