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붉은악마' 출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월드컵 응원단을 잡아라."

붉은 악마뿐 아니라 통신.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장이나 경기장.지하철역 등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월드컵 응원행사를 후원하거나 대형 현수막과 조형물을 설치할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등 자사 브랜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토고전이 열리는 13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천 인근에서 대규모 단체 응원 행사를 한다. 이 회사는 2월 서울시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서울광장 사용권을 따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광장 대여료는 500만원에 불과하지만 안전 요원 배치, 무대 설치 등 응원전 행사 후원에 6억~7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전으로 공식 후원사 못지않은 홍보 효과를 거둔 점을 상기하면 투자할 만한 액수"라고 말했다.

IT 관련 업체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길거리 마케팅'에 더 적극적인 것은 거리 응원전에 나서는 젊은 층이 이 업종의 충성 고객이기 때문이다. SKT의 고창국 차장은 "길거리 응원객을 '응원'함으로써 월드컵을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호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도 다른 수단보다 높다는 계산이다. 특히 한국팀의 첫 경기이자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점쳐지는 토고 전에 '올인(모두 걸기)'하겠다는 각오다.

서울광장 사용권을 놓고 SKT와 경합했던 KTF는 대신 지하철 역을 마케팅의 무대로 삼았다. 이 회사의 응원팀은 한국전이 열리는 날에 서울 지하철 5~8호선 일부 역사에서 응원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SK커뮤니케이션즈.야후 등 인터넷 업체들은 13일 토고전 때 서울 잠실야구장, 경마장, 극장(메가박스)에서 각각 단체 응원전을 벌인다. 다음.야후는 인터넷으로 응모한 지원자에게 표를 나눠주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날 선착순으로 입장객을 받을 예정이다. 다음의 정지은 실장은 "한국팀이 선전할 경우 500억원에 달하는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길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광화문 일대에서는 기업들의 '현수막 홍보전'도 뜨겁다. 20여 개 대형 빌딩에 국가대표팀을 성원하는 홍보물이 나붙었다. KT는 1억원을 들여 광화문 사옥에 가로 85m, 세로 24m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SK텔레콤은 2000만~3000만원씩 들여 시청 본관 등 세 곳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다음은 길거리에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전시했다. 일부 업체들은 목 좋은 데를 선점하려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광화문에 사옥이 없는 업체들은 건물 주인에게 꽤 많은 돈을 주고 자사 홍보물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삼성.LG 등 대형 전자업체들은 국내보다 해외 홍보에 더 치중하는 기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선 디지털 TV 판촉 정도에 주력하고 유럽 현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