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웨이 악재에도 무역협상 공식 재개…시진핑 한 발 양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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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진핑. [AP=연합뉴스]

시진핑.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11일 공식 재개됐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를 둘러싼 외교 갈등과는 별개로 무역전쟁 해소를 위한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양국 정부의 의지가 드러났다.

므누신 재무·류허 부총리 전화 #중국, AI·IT 제조업 육성정책 #‘제조 2025’ 수정 방안도 검토

류허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화 통화로 대화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번 통화는 워싱턴 시간으로 10일 오후, 베이징 시간으로 11일 오전 이뤄졌다.

중국 상무부도 11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WSJ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세 사람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중국 경제 정책인 ‘중국제조 2025’ 의 근본적 변경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관료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변화를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미·중 갈등의 핵심 의제다. 미국은 지난 7월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정조준했다. 이 전략은 중국이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적 제조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2025년까지 달성해야 할 제1단계 행동강령이다.

인공지능(AI),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공학과 신소재 등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해 이 분야 산업 기술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이 외국 기업에 부당한 기술 이전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탈취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수정이 의제로 올려진 것은 큰 진전을 의미한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의 미셸 램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은 성명을 통해 “이번 대화는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일정표와 로드맵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WSJ은 류 부총리가 새해가 지나서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연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정상은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이 기간에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협상은 3월 1일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협상 기간 중 상대에게 추가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단 대표를 므누신 장관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로 교체했다.

므누신 장관은 대중 온건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WSJ는 류 부총리가 두 사람과 모두 통화한 것은 재무부가 계속해서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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