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최저임금 인상 등 수용…대표도 없이 단기간 정책 바꾼 '노란 조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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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란 조끼 시위가 4주째 이어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소셜미디어에 오른 50대 여성의 동영상에서 비롯된 노란 조끼 시위는 대표자도 없고 요구 사항 리스트도 뚜렷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정부의 정책을 바꾼 시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도 인정했지만,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된다며 부유세 원상 복구 요구는 거부했다.

내년부터 월 100유로 인상, 초과근무 소득 비과세 #"국민 분노 합법적…경솔한 말로 상처 줘" 사과 #"일자리 창출에 방해" 부유세 원상복구는 거부 #"개혁 유턴 없다. 내 투쟁 여러분과 국가 위한 것" #

마크롱 대통령은 생방송 연설에서 “내년부터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인상할 것"이라며 “우리는 일을 통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프랑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현재 세후 월 1185유로(약 153만원)다.

파리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 [EPA=연합뉴스]

파리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 [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저소득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그는 “사회경제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월 2000유로(약 260만원) 미만을 버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기여금(CSG)을 인상하려던 방안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부터 은퇴자가 내야 하는 CSG를 1.7% 올릴 예정이었다. 초과근무 수당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마크롱은 대기업들이 사회 보장에 더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다음 주에 재계 인사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TV 연설에선 우선 기업들이 연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보너스를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을 권장하겠다고 소개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채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있는 시민 [AP=연합뉴스]

노란 조끼를 입은 채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있는 시민 [AP=연합뉴스]

 하지만 집권 후 축소 개편한 이른바 부유세를 부활하라는 요구는 거부했다. 그는 부유세와 관련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며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탈세ㆍ탈루 등 조세 회피를 강력히 근절하고 공공지출을 감시하는 체제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시위는 비난하면서도 “국민의 분노는 깊었고 대부분 합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집회 초기 국면에서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상처를 드린 점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크롱은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국가개혁 노선의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금을 더 신속하게 내리고 정부 지출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로 사회경제적 위급함에 대응하겠지만, 유턴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한 역사적 순간에 우리가 서 있는데 내 걱정은 여러분뿐이고, 나의 유일한 투쟁은 여러분과 프랑스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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