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0%, 소득 최대폭 감소…최저-최고층 소득 양극화도 최악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최저소득층(하위 10%)의 소득이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며 이들의 벌이가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지갑은 더욱 두툼해지면서 최저-최고소득층 간의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10분위별 소득 통계 살펴보니

10일 통계청의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ㆍ2인 이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1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85만7396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1.3%(10만8941원)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율과 감소 폭은 3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다. 2015년 104만4042원까지 오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이후 감소 추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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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통계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와는 다소 다른 결과다. 당시에는 소득 하위 20%까지를 1분위로 놓고 월평균 소득을 따졌는데, 하위 20%의 3분기 월평균 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7% 줄었다. 하지만 10분위로 통계를 세분화해 분석하면 하위 10% 극빈층의 소득은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최고소득층(상위 10%ㆍ10분위)의 수입은 더 늘었다. 올해 3분기 10분위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9.02%(97만6244원) 늘어난 1180만114원으로 사상 처음 1100만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양 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1094만2718원으로 3분기 기준 최대로 벌어졌다. 최상위-극빈층 간의 소득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정책이 산업 무인화를 가속해 일자리를 줄이고, 근로시간 단축은 소비를 줄여 중소상공인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양극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반대로 취약계층에 충격이 집중되며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하위 10%의 소득을 뜯어보면,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보다 39.8%(11만4138원)이나 감소해 17만2937원까지 낮아졌다. 역시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이후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는 임시ㆍ일용직 일자리를 줄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위 10%의 근로소득은 1분기(35.62%)ㆍ2분기(24.81%)에 이어 3분기까지 연속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반면 '이전(移轉)소득'은 늘었다. 복지수당ㆍ보조금ㆍ연금 등 개인이 생산에 직접 기여하지 않고 정부나 기업ㆍ개인으로부터 받는 수입을 의미한다.  하위 10%의 이전소득은 지난해 3분기보다 13.86% 늘어난 58만4022원이었다. 하지만 늘어난 이전소득이 줄어든 근로ㆍ사업소득의 격차를 메우지 못해 1분위 계층의 전체 소득은 줄어든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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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하위 10%의 전체 소득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최고로 높은 68.12%까지 올랐다. 지난해 53.08%에서 15%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최저소득층이 직접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정부 복지 혜택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저소득층의 소득을 세금으로 지원했는데도, 저소득층의 전체 소득은 줄어든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이 ‘세금주도 성장’ㆍ‘재정주도 성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며,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고령화가 심화하는 인구구조적 측면의 영향도 적지 않다. 올해 3분기 1분위 가구주 평균 연령은 67.06세로 평균(52.97)보다 14세 이상 많다. 고령층도 생계를 위해 자영업ㆍ일용직에 뛰어들지만 경기가 꺾인 데다, 최저임금 정책 등으로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 결국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정부 지원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마땅한 수입이 없는 퇴직 가구가 1분위에 새로 편입된 영향이 있다”고 전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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