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측 변호사 “검찰, 성급하고 집착하는 경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지난 7일 투신 사망한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 위치가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지난 7일 투신 사망한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 위치가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를 맡아왔던 석동현 변호사가 8일 빈소를 찾아 “검찰 수사가 성급했다”며 “오랫동안 계속되는 죽음의 굿판이 이제 거둬지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는 이날 오후 7시1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압수사 논란과 관련해 “끝까지 지켜주고 변호하고 싶었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석 변호사는 “검찰에서 이 사태에 대해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조사해야 할 대목이고 생각한다”면서 “검찰은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것에 너무 성급했고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다. 수사 초기였기 때문에 실제 수사 내용을 일일이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검찰이 성급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 사건을 맡아 지난 3일 구속영장 기각을 이끌어냈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2011년 부산지검장, 2012년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냈다. 현 법부법인 대호의 대표 변호사이면서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석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이 영장심사 직전 부인과 서울에서 함께 살집을 보러 다니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의 추가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에 대해 “참군인이었고, 자상한 사람이었다”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날 부인과 함께 기거하게 될 집을 구하러 다녔다”고 했다. 이어 “구속되기 전에 아내가 혼자서 집을 구하는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석 변호사는 “이번 일은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고 있는 소위 (적폐 청산) 광풍이 평생 군인이었던 사람을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폐 청산이라고 한다면 폐단과 제도, 관행을 고쳐야 하는데 지금 2년 가까이 사람을 청산하고, 세력을 청산하고 있다”며 “검찰에서는 나름대로 본분을 다했겠지만 참 아쉽고 지나쳤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행과 제도, 시스템을 고치려 들지 않고 특정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식으로 일이 된다면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또 생길 수도 있다. 그게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이 자신이 수사받게 된 상황에 대해서 한번도 분노와 원망을 드러내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석 변호사는 “고인은 정말 어른스러웠고 신사다웠다”며 “검찰의 이런 수사, 또 자신의 하급자였던 간부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에도 그 점을 안타까워했을 뿐 한 번도 분노와 원망을 드러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을 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전날 오후 2시50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13층에서 건물 내 1층 로비로 투신했다. 지인 사무실에 들렀다 나온 길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해 안타깝다”고 썼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