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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결과 인정 못한다" 김명수에 바로 항의…번지는 사법 불신

중앙일보

입력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를 향해 고영한,박병대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를 향해 고영한,박병대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사법부 수장에 직접 항의하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 의혹 수사가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사법 불신 사회’ 현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7일 오전 9시 전직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시위대들은 출근 시간에 맞춰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에쿠스 관용차를 향해 다가가 이날 오전 나온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항의했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에서 재판부 배당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시위에 대해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를 향해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를 향해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도 각급 법원 청사 앞에는 재판의 절차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 이날 오전 출근길 시위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사법부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사법부의 신뢰 하락을 걱정한다”며 “사법부가 겪고 있는 지금의 아픔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부, 좋은 재판이 중심이 되는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추가조사와 특별조사, 수사협조의 뜻을 밝힐 때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해 신중히 결정했고, 지금도 그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장 취임 후 관련 수사 전 법원의 두 차례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 협조는 법원 내부의 의견 수렴을 거쳤고, 그렇게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1시쯤 서울중앙지법은 박병대(61·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소식에 온라인에서도 “사법부는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 오만함의 극치!!” “어이없는 판사들”이라며 사법 불신을 나타내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70대 남성이 김 대법원장의 차에 화염병을 던져 체포됐다. 불길은 김 대법원장 차량 지붕까지 번졌으나 청원경찰이 바로 소화기로 진화했다. 강원도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해 온 이 남성은 정부 산하 기관 인증 문제 때문에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패소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인들은 이같은 사법 불신 사회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검사 출신 김용원 변호사는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결과로 사법부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며 “과도하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책임을 외부 기관에 넘기면서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며 “현직 대법원장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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