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사칭’ 사기범, 문 대통령 행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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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윤장현(69) 전 광주광역시장을 상대로 4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40대 여성이 문재인 대통령 행세까지 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문재인입니다” 문자 5명에 보내 #청와대 사이트, 사칭 사례로 게시

6일 교육계와 지방정가에 따르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에게 거액을 뜯어낸 김모(49·여·구속)씨는 다른 유력 인사들에게도 권 여사나 문재인 대통령을 사칭해 문자를 보냈다. 검찰은 7일 영부인을 비롯해 ‘현역 대통령’ 행세까지 한 김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김씨가 추가 범행을 벌인 대표적인 대상은 윤 전 시장이 자신의 딸 취업 부탁을 했던 학교법인 대표다. 김씨는 광주 지역 한 고교의 학교법인 대표에게 “대통령이다. 권 여사를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권 여사를 사칭해 ‘5억원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말을 의심하자 현직 대통령 행세를 한 것이다. 당시 김씨는 최소 5명의 지역 인사에게 ‘문재인입니다’라고 거짓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범행은 김씨의 문자를 이상하게 여긴 인사들이 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청와대가 지난 10월 22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칭 범죄 관련 대통령 지시 발표문’에도 첫 사례로 등장했다.

앞서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김씨의 아들(28)과 딸(30)의 취업을 알선했다. 4억5000만원을 보이스피싱당한 데 이어 피의자의 자식들을 취직시키기 위해 취업 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 1월께 A씨의 아들과 딸을 각각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기관,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해당 기관 직원과 학교 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한 혐의다. 윤 전 시장의 채용비리 혐의는 김씨에게 돈이 건네진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12월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윤 전 시장으로부터 4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아 왔다. 조사 결과 김씨는 전과 6범의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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