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유망한 새 상권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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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용산 전자시장을 참는 회사가 전자업계를 석권한다.
한국의「아키하바라」를 꿈꾸며 서울 용산 전자시장이 문을 연 것은 87년10월.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청과물시장이 가락동으로 옮겨간 뒤 4만여 평의 부지 위에 20개 동 3천7백여 개의 점포가 한강로를 따라 도로 양쪽에 자리잡고있다.
전자단지의 심장부는 3개의 플라자와 별관 건물로 구성된 전자랜드, 2만원 짜리 카세트부터 1억 원이 넘는 외국산 고급오디오가 함께 팔리는 종합전자백화점 등이다.
또한 최첨단 컴퓨터와 냉장고·TV등 가전제품, 음향기기·전화기·조명기구·레코드 등 수천 종의 전자·전기제품이 한자리에 전시되고 있다.
물건값도 시중 가격보다 10∼15%가량 싼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 고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전자랜드 1층은 비디오·TV·국산음향기기·시계 등이 전시되고 있는 하이테크 플라자. 개인점포만 들어서 있는 청계천 세운상가와는 달리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직영전시장을 설치해놓고 있다.
아직 상권은 세운상가에 비해 미약하지만 잠재적인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이미지 재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층은 팝 플라자. 국내 최대규모인 4백 평 크기의 레코드·CD매장과 세계유명전자메이커의 오디오·가전제품 수입상이 들어서 있어 국내제품과 품질경쟁을 벌이고 있다.
3층은 개인 및 업무용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소프트웨어가 판매되는 컴퓨터플라자. 1백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또 별관건물에서는 가정용은 물론 밤업소용 조명등까지 갖가지 조명기구를 전시 판매한다.
전자랜드의 장점은 제품의 전시형태와 규모는 백화점처럼 크고 깨끗하면서도 가격은 세운상가와 비슷하다는 점.
또 제품종류도 다양해 개인의 취향과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눈요기를 경한 알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자랜드 외에도 건물마다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파는 점포가 밀집해 있는데 가전제품은 17·18동의 1·2층에, 컴퓨터상가는 3층에 있으며 19·20동은 음향기기가 전문.
전기재료·전자부품상가는 10∼13동, 조명등상가는 10·12동 2층에 있다.
3천7백여 개의 점포 중 제조업체의 상설전시장이 3백여 개, 전기·전자제품점포가 2천8백 개이고 나머지는 은행·사무실·식당 등 부대시설.
제조업체의 상설전시장이 많은 것에서도 국내업계가 용산 전자시장에 걸고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용산 시장은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홍보가 안된데다 교통이 불편해 아직까지는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이 인근에 있으나 역에서 2km가량 걸어와야 되고 버스노선도 부족한 실정이다.
3천7백여 개의 점포 중 절반 가량은 세운상가에서 옮겨올 예정이고 나머지는 신규 입주자로 채우게 돼있는데 입주율이 60%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용산에 점포를 내고서도 세운상가의 가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인이 많다.
당장은 세운상가가 장사가 잘 되지만 장래성은 용산 쪽이 유망하기 때문.
그러나 용산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상인들도 점차 용산 전자시장으로 옮겨오는 추세다.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10여 년간 고급오디오를 취급하다 최근 전자랜드 2층에 입주한 김명규씨(40·대한음향)는『용산 시장이 아직까지 상권형성이 안돼 두 곳에 점포를 갖고 있었으나 2중 경비가 부담스러워 가능성을 보고 용산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이 세운상가에「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친정」인 세운상가에서 경쟁에 이기는 것이 당면 목표.
이를 위해 상인들은 상우회를 결성, 홍보에 나서고있으며 소비자보호센터를 설치해 소비자의 불만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9개의 시내버스노선과 좌석버스 4개 노선을 유치하는 한편 음악감상실·컴퓨터무료교육장도 여는 등 고객유치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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