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빚 갚아”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자들 만나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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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채널A '도시어부' 방송에 출연한 신씨 부부(왼쪽).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지난 3월 채널A '도시어부' 방송에 출연한 신씨 부부(왼쪽).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힘겨웠던 삶을 고백했다.

5일 오후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20여년 전 마이크로닷 부모인 신씨 부부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연대 보증을 섰던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장건철씨는 그때 여파로 20년간 고통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씨의 아버지는 농가에 사료를 납품했었지만, 신씨 부부가 도주하면서 사료 대금 1억 7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그는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 있고, 어머니는 당시 화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장씨는 여전히 그때의 빚을 갚고 있었다. 치매로 투병 중인 장씨의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아직도 마이크로닷의 아버지인 신씨를 기억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순옥씨는 “신씨가 착유기 기곗값에 대한 보증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신씨와는 평소 형제자매처럼 지낼 정도로 친한 사이였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보증을 서줬지만, 신씨가 도주하면서 김씨의 가족은 빚더미에 올랐다. 충격이 컸던 김씨의 남편은 간암 판정 후 3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김씨는 “딸이 중학교 다닐 때 소풍을 가는데 엄마가 안 싸줘서 친구들에게 얻어먹었다고, 난 김밥도 못 싸갔다고, 지금도 딸이 그런 소리를 한다”며 “그때 당시는 참,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중에는 친인척도 있었다.

한 친척은 “떠난 줄도 몰랐다. 자식같이 생각해서 보증도 서주고 도와줬다”며 “마음을 안 쓰고 있었는데 기사 보니까 더 괘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척은 “화가 나서 죽을뻔했다. 그 돈 갚느라 재산이 압류됐다”며 “애들 결혼시키는데 돈이 없어서”라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마이크로닷은 최근 부모의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과거 충북 제천에서 사기를 친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내용의 글이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다.

마이크로닷 측은 허위 내용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 밝혔었다. 하지만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지난 1999년 피해자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결국 마이크로닷은 지난달 21일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 것이었다”며 “이번 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현재 모든 연예계 활동은 중단한 상태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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